별도 법인·협회별 자회사 설립 등
금융연구원, 4가지 방안 제시
권력기관화·정치적 악용 우려도
개인의 신용정보는 물론 보험 질병정보까지 아우르는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1억건이 넘는 카드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치권과 정부가 별도의 공적기관을 세워 금융권에 분산돼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관련법안까지 마련한 상황. 하지만, 세부 설립 방안을 두고는 업권별로 입장 차이가 상당하고 자칫 ‘정보 권력기관’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아 최종 설립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신용정보는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과 개별신용정보집중기관에서 관리ㆍ활용하고 있다. 우선 은행연합회가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630여개 금융사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관리하는 종합기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전문금융업협회 금융투자협회 등은 해당 업권별로 정보를 수집한다. 이들 기관에 모인 신용정보가 다시 금융회사와 신용정보회사, 공공기관 등에 제공되는 구조다.
정치권과 정부가 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것은 현재의 복잡한 신용정보 공유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신용정보기관 등과 주고받는 정보 규모가 하루 250만건에 달하다 보니 소홀하게 관리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공성 있는 기관에서 수집과 관리를 일원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4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인 신용정보를 공공성 있는 한 기구에서 다루는 골자의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 6월 국회에서 입법을 완료할 방침이다.
큰 틀에서 가닥은 잡혔지만, 세부적인 방안을 두고는 여전히 첨예한 대립이 있다. 우선 새롭게 설립될 기구의 지배구조. 금융연구원은 금융당국에 ▦별도의 비영리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하는 방안 ▦각 협회별 출자를 통한 자회사 설립하는 방안 ▦국민행복기금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 ▦기존 기관인 은행연합회를 유지하되 지배구조를 개선해 공공성격을 강화하는 방안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은행연합회는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별도의 공적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고 맞서고 있다.
보험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것을 두고도 입장은 갈린다. 26일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신용정보 집중체계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인 김영도 연구위원은 “보험정보는 신용정보와 상호연계성이 낮으며 일원화할 경우 업권별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정보 유출 사고 때 대량 유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질병 등 민감한 정보의 특성상 일반 신용정보와 방화벽 형태의 칸막이를 쳐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한 곳에 집중될 경우 유출 우려도 높고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윤상 은행연합회 상무는 “지금도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정보를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은 없으며 세부적인 사항까지 법령에 규정돼 있어 결정된 사안에 대해 일일이 금융당국에 보고한다”며 “오히려 공룡 정보기관이 탄생하면 위로부터 압력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이 큰 만큼 기존 기관을 활용해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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