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수색 장기화로 조도 주민 '2차 피해' 공감
이달 30일 항구 개방
5일째 구조 소식은 없어
세월호 침몰 참사 41일째인 26일 실종자 구조 소식은 5일째 전해지지 않았다. 40여일간 닫혔던 진도 팽목항의 뱃길은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로 주민들에게 열리게 됐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범대본)에 따르면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오전 사고해역의 풍랑주의보가 해제돼 수색ㆍ구조작업을 재개했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구조팀은 민간 잠수사 113명을 투입, 정조시간에 맞춰 세월호 3층 중앙 식당과 선미, 4층 선수 격실과 선미 다인실, 5층 선수 격실을 수색했다. 하지만 파고가 1.5m로 여전히 높은데다 4층 선미 다인실 3곳의 통로 벽이 무너지는 등 선내 붕괴가 심하고 장애물이 많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범대본은 이날 오후 ‘수색구조지원 장비기술 연구 전담반(TF)’ 회의를 열고, 실종자 가족들과 선체 외벽을 일부 절단하거나 크레인으로 장애물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더딘 수색ㆍ구조작업에 세월호 참사가 잊혀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인근 섬 주민을 위해 팽목항 개방에 동의했다. 이로써 참사 이후 일반인 이용이 금지됐던 팽목항이 이르면 30일부터 열리게 됐다. 팽목항은 사고해역을 오가는 배편이 주로 운항되면서 인근 섬을 오가는 배들의 운항은 대부분 통제됐었다.
조도 주민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배려해 불편을 감수해왔지만 수색작업이 장기화되자 생필품과 공사자재 등의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항구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조도면 동막리 주민 여성일(45)씨는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일 텐데 실종자 가족들이 배려해줘 감사하다”며 “섬 주민들이 한시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조도 주민들은 참사 이후 팽목항 임시선착장에서 비정기적으로 하루 2, 3회 운항하는 화물차도선을 이용해왔다. 범대본이 지난 14일부터 팽목항 인근 서망항과 쉬미항에 대체항로를 마련했지만 주민 불편은 여전했다. 서망항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화물선 접안이 불가능했고, 쉬미항은 화물선 접안이 가능하지만 팽목항에서 조도까지 30분 걸리던 운항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길어지면서 비용이 더 들었다. 조도를 제외한 라베도 등 다른 섬에는 아예 화물선 운항이 이뤄지지 않았다.
막혔던 뱃길이 열리면서 인근 섬 주민들의 숨통이 트였지만 일상 회복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조도 주민 1,780세대 중 1,746세대가 양식업 등 어업 종사자인데, 이들 대부분은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친 상태다. 그러나 정부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역 양식을 하는 김재석(51ㆍ조도면 서거차도)씨는 “기름이 끼어 수확할 미역이 하나도 없다”며 “양식시설이라도 건질 수 있게 정부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섬 양식업자 10명 중 7, 8명이 신용불량자일 만큼 주민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나도 수천만원을 손해 봤는데, 지금 정부 보상금으로는 피해 복구가 쉽지 않다”고 탄식했다. 범대본에 따르면 진도군은 조도면 어가 167곳에 피해 복구비용 1억4,200만원, 수색ㆍ구조에 동원된 어선 121척에 유류비 등 2억3,400만원을 지급했다.
진도=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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