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총리의 사의 후 기부한
3억원도 순수성에 의구심
청문회서 치열한 공방 예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1년간의 변호사 활동으로 증가한 재산 1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전관예우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안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날에 맞춰 안 후보자가 전격적인 기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야권의 본격적인 공세에 앞서 ‘털 것은 빨리 털고 가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안 후보자의 기부 의사가 전관예우 문제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기부’로 비칠 소지가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안 후보자는 이날 “저의 소득은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라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안 후보자는 연말까지 5개월여간 세금 6억원을 제하고 10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올 5월까지 합치면 세금을 빼고 모두 10개월여간 15억원의 순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안 후보자가 이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억 7,000만원을 기부했으나, 수입 자체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다른 공직후보자들에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많다.
안 후보자는 “윤리와 양심에 벗어난 사건을 맡은 적도 없다”고 밝혔으나, 개업 후 단기간에 모은 고액 수입만으로도 법조계 관행인 전관예우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안 후보자가 “공직에서 받았던 과분한 평가가 수임에 도움이 된 면도 있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관행을 일부 시인한 셈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전관예우를 더 이상 공직사회‘관행’으로 변명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특히 안 후보자가 ‘관피아’ 등 공직 적폐 척결을 진두 지휘할 총리로 임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 법조계 고위 공직자가 퇴직 시 다른 부처 퇴직자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입을 올려 ‘관피아’의 꼭지에 ‘법피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마당이다. 관가에서는 벌써부터 “일반 부처 퇴직자가 연봉 1억~2억원대의 산하 기관장으로 가는 것도 관피아 낙하산 사례로 질타를 받는다”며 “10억원대 수입을 올린 안 후보자가 관피아 척결을 외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안 후보자가 변호사 수입액 전액 기부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도 전관예우 문제가 인사청문회 최대쟁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자는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데 저의 소득이 결코 장애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한 점에서도 그렇다.
이는 전관예우 논란을 빚었던 다른 공직 후보자들이 기부를 통해 여론의 화살을 피해간 것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로펌에서 16개월 근무하며 15억9,000만원의 수입을 올린 황교안 법무장관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수입액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정홍원 총리도 총리 임명 뒤 1억원을 기부했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이번 기부 의사표명 외에, 이미 기부한 4억7,000만원 중 3억원의 유니세프 기부금 성격이 정치적 의도를 띈 것으로 의심 받아 비판 여론을 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자는 평소 소신으로 수입의 3분의 1을 기부했다고 밝혔으나, 유니세프 기부 시점이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로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로 알려져 기부의 순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도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긴 했으나 후보자 지명 수년 전에 아파트를 노인요양시설에 기부, 순수성이 인정된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야권은 “총리직 제의를 염두에 둔 사전 행보가 아니었냐”며 “전관예우 논란을 사회 환원으로 회피해선 안 된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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