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9시쯤 경기 고양시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지하 1층 푸드코트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7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다. 2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40일 만에 대규모 인명피해를 동반한 안전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화재가 나자 개점을 준비 중인 직원과 승객 등 수백 명이 대피하느라 아비규환 상태였다. 유해물질이 가득한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건물 안팎을 뒤덮었고 희생자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질식됐다. 고양종합터미널은 지상 7층, 지하 5층으로 시외버스 터미널과 대형마트, 쇼핑센터, 영화관 등이 밀집한 다중이용시설이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이었는데도 피해가 상당했는데 한창 붐빌 시간대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소방당국은 입점을 앞둔 점포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연성 자재를 방치한 채 용접을 하다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였던 셈이다. 여기에 터미널 등 시설 운영주 측의 대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대피 안내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정부가 각종 안전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 참담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곳곳에서 안전을 외치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 추돌사고로 수백 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서울 강남에선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가스가 누출돼 대피소동을 빚었다. 충남 아산에선 준공 예정을 앞둔 신축 오피스텔 건물이 옆으로 기울었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를 비롯해 이들 사고는 모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었다. 아무리 제도와 규정을 바꿔도 안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든 일어나게 돼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개인도 안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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