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버스터미널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54명이 부상했다. 불은 2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방화셔터 등이 작동되지 않아 유독가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화재 발생도 부주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9시쯤 종합터미널 건물 지하 1층 식당가 내부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시공사 관계자들이 도시가스(LNG) 주배관 밸브를 잠근 것으로 착각하고 중간밸브 설치를 위해 용접을 하던 중 흘러 나온 가스에 용접 불꽃이 튀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공사는 공사 편의를 위해 화재 안전시스템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시공사가 지하 1층의 자동 방화셔터를 철거하고 소방시설을 차단한 뒤 용접 공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유독가스가 지상 1, 2층으로 빠르게 퍼졌고, 사상자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 피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내부 방화벽과 스프링클러가 일부 작동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일산병원에서 본보 취재진에게 “현재 건물 곳곳이 공사 중이라 스프링클러와 방화벽이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에 비상구 표시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물에 입점한 시설을 자주 이용했다는 한 시민은 “한눈에도 소방시설이 허술해 보여 불이 나면 대책이 없겠다고 느꼈다”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오후에 화재가 났다면 피해가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사고로 당시 건물 내부에 있던 7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9시2분쯤 신고를 받고 9시 6분쯤 현장에 도착해 불을 끈 뒤 내부 수색에 나섰다. 사망자는 버스터미널이 있는 지상 2층 화장실과 매표소 부근에서 5명, 지하 1층에서 1명이 각각 발견됐다. 사망자는 KD운송 이모(50) 고양지사장과 취사장 직원 김모(48ㆍ여)씨, 홈플러스 직원 김모(56ㆍ여)씨, 중국인 김모(37)씨, 정모(50ㆍ여) 신모(56) 이모(65)씨 등 7명이다.
부상자들은 인근 일산병원 일산백병원 동국대일산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부상자 중 중상자가 6명이고, 경상자도 폐에 손상을 입었다면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고양종합터미널은 부지 선정 8년 만인 2002년에야 착공돼 신축 과정에서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휘말리며 우여곡절을 겪다 2012년 6월 문을 열었다. 지하 5층, 지상 7층(연면적 14만6,000여㎡) 규모로 홈플러스(지하 2층) 시외버스터미널(지상 1ㆍ2층) 메가박스(지상 5~7층) 등이 입점해 있다.
고양=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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