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와 LA 다저스의 경기가 열린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 6-0으로 앞선 다저스의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에서 선발 투수 조시 베켓(34)이 대타로 나선 토니 그윈 주니어를 유격수 플라이, 벤 리비어를 1루수 땅볼로 막아내자 관중석이 술렁였다. 노히트노런의 대기록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1개. 지미 롤린스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베켓은 다음 타자 체이스 어틀리와도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다. 다시 풀카운트가 되자 다저스의 포수인 드류 부테라가 마운드로 올라가 베켓의 긴장을 풀어줬다. 심호흡을 가다듬은 베켓은 94마일(약 151㎞)짜리 낮게 깔리는 직구를 꽂았고 어틀리의 방망이는 나가지 않았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갔다. 루킹 삼진. 생애 처음이자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첫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베켓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동료들은 덕아웃을 박차고 나가 베켓을 얼싸 안았다.
베켓은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면서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내 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아 다저스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베켓의 노히트노런은 지난해 9월30일 마이애미의 핸더슨 알바레즈 이후 처음이다. 또 다저스 투수로는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을 포함해 팀 통산 21번째(LA 다저스로는 11번째) 기록이다. 가장 최근은 1996년 노모 히데오가 콜로라도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었다.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는 4차례 노히트노런을 수립했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1969년 4월18일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안방에서 노히트노런의 수모를 당했다.
9회 마지막 투구까지도 시속 150㎞를 넘길 만큼 베켓은 절정의 구위를 자랑했다. 총 128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평균 92마일(약 148㎞)의 직구와 커브를 주무기로 필라델피아 타선을 농락했다. 5회말 워닝트랙에서 잡힌 도모닉 브라운의 타구를 제외하고는 방망이 중심에 맞은 타구도 거의 없었다.
2001년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문한 베켓은 3차례 올스타와 2003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등 손꼽히는 오른손 에이스로 활약했다. 보스턴 시절이었던 2007년에는 20승 고지를 밟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2012년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지난해에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5패에 평균자책점 5.19로 부진했다.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거듭한 끝에 올 시즌 다저스의 5선발 자리를 꿰찬 베켓은 호투를 이어가고도 첫 6경기에서 1패만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 14일 마이애미전에서 1년 7개월여 만에 승리투수가 됐고, 이날 노히트노런과 함께 시즌 3승째를 수확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베켓은 경기 후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나는 노히트노런을 할 만한 투수가 아니다. 정말 상상만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1869년 출범한 메이저리그에서는 베켓까지 283차례의 노히트노런이 나왔고, 79년째가 된 일본프로야구는 89번의 노히트노런 투수를 배출했다. 33년째인 한국은 10차례밖에 없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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