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장영섭)는 거액의 은행 돈을 빼돌리고 부당 대출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한주저축은행 전 총괄이사 이모(4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0년 11월~2012년 5월 전산에 기록이 남지 않는 가짜 통장을 만든 후 고객 예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은행 돈 210억원을 횡령하고, 허위감정서 등을 통한 부당 대출로 5년 동안 은행에 29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12년 6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화물선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씨는 평소 횡령한 은행 돈을 세탁해주던 사채업자 김모씨를 통해 밀항을 시도했다. 김씨는 이씨에게 받은 돈에서 1억8,300만원을 조직폭력배 출신 시행업자인 최모씨에게 맡기고 이씨의 밀항과 도피자금으로 쓰도록 했다. 최씨 등은 중국 거주 조선족 브로커에게 6,500만원을 주고 밀항 알선을 의뢰했고, 중국에서 연락을 받은 국내 브로커는 1,500만원 받고 이씨의 ‘밀항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이들은 결국 중국으로 3,000톤급 화물선을 운항하는 선장을 1,200만원을 주고 포섭한 후 이씨를 선원 신분으로 위장해 밀항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씨는 중국 공안에 검거돼 지난달 30일 2년 간의 도피 생활을 끝내고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씨의 밀항을 도운 선장과 국내 브로커는 화물선을 이용해 마약소지자를 국내로 밀입국시킨 혐의도 추가로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화물선 선원으로 위장하면 여권이 필요 없기 때문에 밀항이나 마약 밀수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다”며 “대검과 법무부를 통해 화물선 선원의 출입국 관리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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