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 속도 엄마의 2배
작년 2293명으로 전체의 3%에 그쳐
인사불이익 등 부담 여전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된 대기업ㆍ공무원 등에 편중
백승우(37) 롯데백화점 강남점 지원팀 인사지원매니저는 2012년 결혼 5년 만에 첫 아이를 얻고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출산 2개월 후 아내가 회사에 복직하자 혼자 집에 남아 아이 분유를 먹이고 목욕을 시켰다. 백 씨는 “생각보다 육아가 힘들었다”면서도 육아휴직을 “그때가 아니면 하지 못했을 인생의 최대 경험”이라고 말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청소 빨래 등을 직접 하면서 아내의 수고를 이해한 그는 이듬해 복직한 후에도 예전과 달리 집안일을 적극 돕고 있다.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여직원들 사이에 ‘자상한 남편’이란 기분 좋은 소문도 덤으로 따라왔다. 육아휴직 1년 동안 수입은 3분의 2로 줄었고, 동기들에 비해 근속연수도 1년 늦었지만, 후회는 없다.
백씨와 같은 남성 육아휴직자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2003년 104명에서 2013년 2,293명으로 22배 늘었다. 증가속도는 여성근로자보다 2배 가량 높다.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자 수는 6,712명에서 6만7,323명으로 10배 증가했다. 육아휴직 사용 일수는 2012년 기준 여성 289일, 남성 238일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부모 공동의 책임을 인식하는 것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육아휴직자 성비를 보면 여전히 여성 편중현상이 심각한데다, 남성 육아휴직자 대부분이 고용이 안정된 공공부문, 대기업 근로자로 대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의 사용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전체 6만9,616명의 3%에 불과하다. 게다가 남성 육아휴직자 중 1,195명(52%)이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였고, 1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346명(15%)에 불과했다.
그러나 휴직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성 육아휴직 사용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2012년 고용부가 남성 육아휴직자 1,00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4%가 ‘직장 상사가 인사상 불이익, 업무부담 등을 언급하며 반대했다’고 응답했다. 적극적으로 허락한 경우는 28.4%에 불과했다. 실제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자도 50명(5%)있었다.
남성 육아휴직의 사회적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에 따른 부담이 개별 기업에 전가돼 실제 이용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3월 5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업주의 91.3%가 육아휴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적극 실시하겠다는 의견은 30.3%에 불과했다. 인력 공백(46.5%), 급여지급과 대체인력 채용 등에 따른 비용증가(30.9%) 등이 주된 이유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지니프릭스의 박명철 인사팀장은 “육아휴직 대상자가 모두 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라 직원 46명 중 올해 첫 남성육아휴직자가 나왔다”며 “기업이 성장세인데다 대표이사 의지가 강해 대체인력을 뽑는 등 지원하지만, 일반 중소기업에게 육아휴직으로 인한 비용증가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배우자인 여성근로자의 복직을 앞당겨 경력단절을 막고,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채용으로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정책센터장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용이하도록 사회제도와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독일 노르웨이 등 상당수 국가가 육아휴직 기간 일부를 반드시 남성이 사용하도록 하는 할당제를 도입하면서 이용률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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