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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러시아 양쪽서 눈치 경제 회복 속도 더딜 땐 민심도 등 돌릴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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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러시아 양쪽서 눈치 경제 회복 속도 더딜 땐 민심도 등 돌릴 가능성 커”

입력
2014.05.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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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페트로 포로셴코는 25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럽화 의지를 거듭 주장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회복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포로셴코가 향후 자신이 꾸려갈 우크라이나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서방과 러시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단 포부로 언뜻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양측 모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어려움을 미리 토로했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기업가 출신인 포로셴코가 서방의 원조 등을 이용해 경제의 숨통을 트고, 더 나아가 경제발전을 이룩할 구원투수로 보고 있다. 그도 국민 기대에 부흥해 집권 초반 러시아보다는 서방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조 등 서방과의 협력관계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IMF는 구제금융에 앞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텐데, 허약한 우크라이나 경제가 견뎌낼지 의문이다. 긴축재정으로 자신들 생활에 직접 타격이 오면 언제 변할지 모를 민심도 걱정이다. 서방과의 밀월관계가 예상보다 빨리 또 깊이 진행되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따뜻하진 않았지만 추위는 피하게 해준 러시아의 품을 그리워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찾아올 정세불안은 포로셴코가 가장 두려워할 부분이다.

포로셴코에게는 경제협력 이외 에너지 공급과 동부지역 통합도 러시아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러시아가 예정대로 가스요금 선결제를 요구하며 조만간 가스공급을 중단한다면 우크라이나 경제가 멈추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생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무능력한 치안당국이 친러 분리주의 민병대를 제압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러시아가 동부의 친러세력을 더욱 세게 조종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상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찬성해온 포로셴코는 친 유럽성향 인물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집권 초반 러시아에 동부지역의 영향력을 포기하라며 강경 대응하고, 크림지역의 반환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상 동부지역에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하는 등의 강수는 두지 못할 것이다. 크림반도 탈환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나마 포로셴코가 기업가 출신으로 이데올로기에 함몰되기보다는 실리추구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유연한 외교정책을 기대해볼 수 있다. EU 가입에 찬성인 포로셴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위한 주민투표에는 반대했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유럽아프리카 연구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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