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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입력
2014.05.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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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터진 뒤에도 대통령은 자신이나 청와대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그래서 고치겠다는 말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요컨대 사고 전이나 사고 뒤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무회의가 종래의 받아쓰기식이 아니라 토론형으로 바뀌었다는 보도가 요란스럽게 나온 적이 있지만, 내가 본 것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스타일의 장면이었다. 달랐다면 장관들이나 비서관들이 모두 받아쓰고 있는데 비서실장만은 예외였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토론은 없었다. 유가족을 청와대에 불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사고 뒤의 몇 차례 인사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불통 친위인사였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KBS 개입, 시국선언 교사 징계, 경찰의 촛불집회 엄중 단속 등도 변한 것이 전혀 없다. 국무총리나 청와대 몇 사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몇 차례의 사과 아닌 사과 끝에 나온 대국민담화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사고를 낳은 신자유주의는 물론 그 직접적 원인인 규제완화에 대한 한 치의 반성도 없었다. 개혁이니 대변혁이니 했지만, 해경 해체라는 밀실의 임기응변식 벼락치기 땜질 처방 외 선거용 포퓰리즘 원우먼쇼에서 우리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경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느닷없이 해체라니 61년이나 된 국가기관을 그렇게 하루아침에 대통령 멋대로 없애도 되는가? 철저히 조사해서 사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가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사고 한 달 만에 주무기관을 무조건 없애고 다른 기관을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가? 제멋대로 결정한 뒤 무조건 따라오라고? 그야말로 독단이고 독재가 아닌가? 국회는 무엇 때문에 있는가? 자기 혼자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멋대로 바꾼 뒤 그대로 법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던 지난번처럼 이제는 ‘안전’을 또 다른 부서이름으로 쓰겠다고 다시 국회에 떼를 쓸 참인가? 떼법이니 하더니 이제는 떼 정권인가? 떼거리로 떼를 쓰는 짓은 이젠 정말 지겹다. 게다가 사법부를 무시하고 아직 체포도 안 된 특정인에 대한 몇백 년 형의 선고니 은닉 재산의 환수니 하는 초법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 것은 사법까지 다 하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평소처럼 자기 할 말만 하고 치우는 불통도 여전했다. 수많은 문제에 대한 질문에 곤혹스러워하기보다는 평소대로 기자나 언론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이 대하는 것이 편했으리라. 정말 편하게도 산다. 정말 대단하시다.

예상한 대로였다. 그럼에도 왜 대통령을 계속 주시하자고 했는가? 혹시라도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단 말인가? 혹시라도 그런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었단 말인가? 그 나이의 그런 사람이 그렇게도 쉽게 바뀌리라고 믿었단 말인가? 세상살이에 그렇게도 어둡단 말인가? 그럼에도 왜 우리는 그리 쉽게 믿고 속고 울고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너무나도 엉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 지위 지수, 언론 자유 지수, 노동 자유 지수 등은 세계 최하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존재하고 노동부니 노동법이니 하는 것이 존재한다. 그런 최악의 헌법이나 노동법을 설명하는 각종 책에는 최악은커녕 최선이라는 거짓말이 흘러넘치고 그런 책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어 다시 그렇게 떠벌린다. 이민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어쩔 수 없이 이 땅에 살아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영원한 불행 외에 다른 길이 없을까? 언론이고 노동이고 무관하게 무지렁이처럼 살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으려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이들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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