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재점화에 "답답"
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캠프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 논란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전세 역전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해 고민중인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악재’가 반복해서 터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 후보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는 불가항력이었지만, 새누리당의 다른 후보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은 건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게재된 “국민(과 유가족)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하다”는 막내아들의 글 때문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한 민심이 새누리당 후보 지지를 일부 철회했는데, 정 후보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한 당사자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 후보 측은 가급적 막내아들의 발언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꺼리지만, 오히려 ‘아군’인 보수진영 인사들이 잇따라 해당 발언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반복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지난 23일 보수기독교계의 한 축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미국 LA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며 ‘국민 미개’ 발언을 두둔했다.
지난 19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 후보 측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고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 후보 막내아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정 후보 측은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힌 반면 일부 보수 인사들이 “너무 한다”(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처음 이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정 후보는 곧바로 수 차례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부 보수진영 인사들은 ‘국민 미개’ 발언을 적극 옹호했다. 변 대표는 “단지 재수생의 페북 글”이라며 이에 대한 비판을 폄하했고, 극우논객 지만원씨는 “반듯하고 어른스런 발언”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박원순 후보 측에서도 막내아들과 관련해선 공세를 펴지 않는 분위기인데 잊혀질 만하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보수진영 인사들이) 아군을 향해 총질을 해대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정 후보가 ‘반값등록금이 대학과 졸업생의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린다’고 했다가 논란이 인 것을 예로 들며 “아들 문제가 자꾸 불거지면서 마음이 급해지니까 말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론 때로는 정 후보 본인이 논란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지난 12일 서울시장 후보 수락연설 도중 그는 “막내아들을 너그럽게 용서해달라”며 눈물을 펑펑 흘렸는데, 나중에 그 의미에 대해 “(아들이) 나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세월호 가족들에게 사죄하는 눈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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