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성패 관료가 좌우"
"후원 받고 퇴직 후 보장"
끊기 힘든 유착 관계
금융회사 대표로 있는 A씨. 그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4급 이상 공무원, 금융감독원 간부들까지 거의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다. 워낙 친분이 두텁다 보니 관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동료 관료들보다 더 잘 꿰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A씨가 관료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한 건 십수년 전이다. 한 관료를 통해 다른 관료를 소개받고, 또 다른 모임에서 인맥을 넓혀가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부서 회식 등에 참석해 조용히 앉아있다가 대신 결제해주는데 머물렀지만, 지금은 골프모임을 주선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향응과 편의를 제공한다. 관료들의 대소사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한 달에도 서너 번씩 A씨의 ‘후원’을 받고 있는 관료들도 여럿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A씨가 관료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없다. 그저 안부를 전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친분을 쌓는 정도다. 이런 A씨와의 관계에 대해 관료들은 크게 잘못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A씨와 술자리를 두어 번 했다는 공무원 C씨는 “어차피 판공비로 지출하는 돈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면에서 큰 부담은 없는 것 같다”며 “친분을 쌓아두면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직간접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관료집단의 힘은 막강하다. 이들은 국민 개개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며 어길 시 단죄하는 힘을 가졌다. 그렇다 보니 각종 이익집단은 관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사업 성패의 급소를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는 탓에 이들과 끈을 연결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익집단에게 유전자로 각인돼 있다. 후원자를 자처하고 공개적으로 전문성과 상관없이 관료출신 인사를 고액연봉에 영입하는 것도 그래서다.
관료들에게도 이들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 박봉(이라 주장하는)의 자신들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공무원 이후의 삶을 기대할 수 있는 언덕이 돼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의 이익이 은밀한 관계 속에 뒤엉키면서 커질 대로 커진 여러가지 폐단들이 언제든지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사고 연결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규제가 있는 곳 어디서든 관료와 후원자(스폰서)의 관계가 뿌리를 내라고 있다는 점에서 민관유착 고리를 끊기 쉽지 않다는 비관적인 지적이 나온다. (아래 관련기사에 계속)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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