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유기농 식사' 단서
음식 건넨 측근 등
도피 도운 혐의 4명 체포
검경 "한때 순천서 머물러"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잠적한 유씨의 현상금을 5,000만원에서 역대 최고 금액인 5억원으로 올렸다고 25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현상금 5,000만원이 너무 적다는 말들이 나와 대검찰청에서 유씨는 5억원, 유씨의 장남 대균(44)씨는 1억원으로 올렸다”면서 “일반 시민과 (유씨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분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대하며 제보 사실을 누설한 자는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씨가 며칠 전까지 전남 순천의 모 휴게소 부근에 숨어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도피를 도운 혐의로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특히 유기농 음식만 고집하는 유씨의 식습관이 검찰의 추적에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원래 유기농 음식만 먹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은신 중 유기농 음식 공급망을 따라 유씨의 행적을 추적해왔다”며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을 체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미영농조합 이사 한모(49)씨는 안성교회 신도이자 유씨 일가가 소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 계열사의 직원으로, 구원파의 근거지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있던 미네랄 생수와 마른 과일 등을 유씨에게 제공하기 위해 순천 지역으로 옮기는 등 도피를 도운 혐의로 이날 새벽 긴급 체포됐다. 앞서 검찰은 유씨가 지난 17일쯤 금수원을 빠져 나간 뒤 호미영농조합이 보유한 인근 별장에 한동안 숨어 있었던 것으로 보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오랜 측근인 추모씨는 한씨에게 생수와 과일을 받아 유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원파 신도이자 순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변모씨 부부는 차명 핸드폰을 추씨에게 주는 등 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유씨의 소재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으나,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순천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돼 경찰과 함께 쫓고 있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오후 2시 30분쯤 유씨 장남 대균(44)씨의 자택 관리인 이모(51)씨를 범인 도피 혐의로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대균씨의 고가 의류와 악기 등을 차에 싣는 등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원파 신도 500여명은 이날 오후 인천 남구 인천지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도 체포와 관련해 검찰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검찰이 금수원 앞에 붙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는 현수막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으며, 압수물 중에 현금이 있었는데 언론에 공개되면 얼마나 여론이 악화됐겠느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측은 또 검찰이 유씨 관련 출판기념회 참석자 명단 등을 금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해 정ㆍ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전ㆍ현직 기관장, 현역 여야 국회의원 등에게 준 선물은 아해 사진 달력, 시집, 녹차, 초콜릿 등이며 정ㆍ관계 로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현수막 제거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금수원 내 유씨 개인 처소에서 출처 불명의 현금 5,000만원이 발견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압수했으나 금수원측에서 유 회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갈 것으로 우려해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 지금껏 보안을 유지해 왔다”며 “범죄와의 관련성이 농후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인천지검을 방문해 특별수사팀에게 유씨 추적상황을 보고받고 돌아갔다. 김 총장은 “유씨 검거를 점검하러 왔다”며 “유씨를 빨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빨리 잡힐 거라고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k.co.kr
인천=김청환기자 chk@hk.co.kr
[정정 및 반론보도문]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관련
본보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선원 상당수가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로 알려졌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장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구원파를 설립하고 구원파 목사로 활동했으며,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로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5월 공문을 통해 “오대양 사건 집단자살이 구원파나 유병언 전 회장과 관계 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었다”고 확인한 바, 관련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세월호 선장 및 선원 중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는 한 명도 없으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81년 구원파 교단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해당 교단에서 목회활동을 한 사실이 없기에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주(총수)라는 일각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왔습니다. 아울러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와 관련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번 구원 받으면 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교리는 없으며 구원받은 이후에도 성경말씀에 따라 잘못된 행실을 수시로 자백하고 고쳐야 한다는 교리가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한편, 유병언 전 회장측에서는 기업명인 ‘세모’는 성경의 ‘모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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