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앞 다퉈 비중 늘려
자동차 부품 간주돼 관세 낮고 조립 땐 저렴한 노동력 이용 장점
인건비 등 높은 생산비용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제품(KDㆍKnock Down)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KD 수출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할 때 주로 쓰는 방법으로, KD 물량은 자동차의 부품으로 간주돼 관세가 낮고, 목적지에서 완성차로 조립할 때도 저렴한 현지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분리ㆍ해체 정도에 따라 CKD(완전 해체 제품)와 SKD(반 해체 제품)으로 구분되는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높은 생산비 문제 극복과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KD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D 수출에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은 한국지엠이다. 지난해 181만4,000대를 수출했는데 CKD 수출이 118만5,000대로 전체 수출의 65%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달 말 기준으로 CKD 누적 수출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며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등으로 완성차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CKD 수출이 국내 공장 고용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23일 부평공장에서 임직원들과 CKD 수출 1,000만대 돌파 기념식을 가졌다.
실제 한국지엠의 CKD 수출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인수 초기이던 2002년 당시 CKD 수출 누적 물량은 12만대 수준이었는데, 2005년 100만대를, 2010년에는 500만대를 돌파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중국, 인도 등 17개국에 반제품 상태로 수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면 CKD 수출이 한국지엠을 먹여 살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QM5에 이어 최근 SM3의 KD 수출을 시작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시장 판매 및 생산 거점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1차로 SM3 1,000대를 SKD 방식으로 지난 23일 수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SKD는 CKD보다 덜 분해된 상태로, 현지의 조립 기술이 뒷받침 될 때 쓰는 방식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지 조립과 판매는 탄청자동차(Tan Chong Motors)가 맡기로 했다”며 “물량을 늘려 주변 국가로 진출도 타진하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수출 7만1,000대를 포함 모두 13만1,000대를 생산했다. 부산공장 생산능력은 연 30만대 수준인데, 올 하반기부터 닛산의 로그 북미 수출 물량 8만대를 감안하더라도 10만대 가까이 더 공급할 여력이 있다.
쌍용차도 지난해 8만1,679대를 수출해 전년(7만3,017대) 보다 11.9% 많은 자동차를 팔았는데, 이 중 CKD 물량은 2,939대로 전년(1,464대)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내서 만들어 수출하면 높은 이윤, 고용창출 면에서 제일 좋지만 그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가격 경쟁력만 놓고 보면 현지 생산이 제일 좋지만 회사 재정도 그렇고 현지 수요도 아직은 크지 않아 공장을 지을 순 없다. 일단은 KD 수출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현재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KD 수출을 하고 있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KD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KD 수출은 기아현대차가 구사하는 현지 생산ㆍ판매 전략과 국내생산ㆍ수출의 중단 단계에 해당한다”며 “GM, 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세우는 순간 국내서 생산돼 현지로 나가는 KD 수출 물량은 끓길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서 완성차로 만들어 팔아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모델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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