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구원파'와 다른가?

입력
2014.05.25 21:42
0 0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부자에 대한 현상 수배가 내려진 가운데 검찰이 유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5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신도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부자에 대한 현상 수배가 내려진 가운데 검찰이 유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5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신도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권대익 문화부장대우 dkwon@hk.co.kr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인 유병언씨와 관련된 기독교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구원파는 1962년 유씨의 장인 권신찬 목사가 만든 개신교 이단이다. “한 번 믿으면 완전한 의인이 되므로 다시 회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주요 교리로 삼는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뒤 죄의식을 느끼거나 다시 회개하는 것은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는 중죄라고 가르친다. 심지어 유씨는 자신의 책 영혼의 목자에서 “살인하면 지옥에 간다는 말은 신ㆍ구약 성경을 다 찾아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구원파의 교리는 프랑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예정론 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나님께서 구원하기로 예정한 사람만 구원 받으며, 구원받은 사람은 하나님께서 끝까지 지키시므로 한 번 구원은 영원히 완전한 구원”이라는 칼뱅의 교리를 교묘히 왜곡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빠뜨렸다. 칼뱅주의자들은 “하나님께서 누구를 구원했는지 확인할 수 없기에 성경 말씀을 믿고 깨닫는 ‘내적 증거’와, 경건하고 성결한 삶을 사는 ‘외적 증거’를 통해 구원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한 번 구원 받으면 끝이지만 평소의 삶이 성결하지 않으면 구원받았다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칼뱅주의자들은 자신이 구원 받았다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 열정적으로 경건하고 성결한 삶을 추구해, ‘청교도’라고 불린다.

개신교의 근간이 되는 이 ‘구원’ 교리가 한국 개신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종파를 떠나 존경 받는 목자인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는 2007년 성령 강림 100주년 예배에서 “교회가 양적 성장에 눈이 멀어,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간다고 설교해 왔다”고 회개하면서, “행위가 있는 믿음이라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설교했다.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라는 교리가 ‘현대판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뼈저린 반성이었다. 하지만 옥 목사는 그 후 여러 목사로부터 “왜 그런 설교를 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안타깝지만 현재 한국 교회에는 옥 목사보다 그를 핀잔했던 목사들이 더 많은 듯하다.

이러니 한국 교회가 구원파 같은 이단이 독버섯처럼 자라는 데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헌금 횡령, 성 추행, 박사 논문 표절 등 갖가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목사들이 ‘셀프 회개’를 한 뒤 버젓이 다시 활동하고 있다. 손쉬운 셀프 회개를 했다는 것뿐 구원파와 본질적으로 뭐가 다르겠는가. 정통 교회에서도 신의 은총을 팔아 범법적인 행위에 눈감고 면죄부를 주는 일이 빈번하자, “한국 교회가 복음을 살인면허로 바꿔놓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예수는 믿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는 ‘가나안’(거꾸로 읽으면 안 나가) 신자가 늘고 있는 것도 일부 목사들의 몰염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종교단체는 부동산 거래 시 각종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으며, 종교인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소득에조차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런 특혜가 일부 종교인의 비리를 부채질하고 이단을 키우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정통와 이단을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한 신학자는 “죽을 때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 세상의 것들, 가령 돈이나 이름, 겉치레 등에 집착하면 그것이 바로 이단”이라고 했다. 종교의 이름 아래 모인 사람이라면 되새겨볼 만한 말이다.

[정정 및 반론보도문]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관련

본보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기사에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선원 상당수가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로 알려졌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장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구원파를 설립하고 구원파 목사로 활동했으며, 오대양 사건 당시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그 배후로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5월 공문을 통해 “오대양 사건 집단자살이 구원파나 유병언 전 회장과 관계 있다거나 5공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었다”고 확인한 바, 관련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세월호 선장 및 선원 중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는 한 명도 없으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81년 구원파 교단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해당 교단에서 목회활동을 한 사실이 없기에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주(총수)라는 일각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왔습니다. 아울러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와 관련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번 구원 받으면 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교리는 없으며 구원받은 이후에도 성경말씀에 따라 잘못된 행실을 수시로 자백하고 고쳐야 한다는 교리가 있다”고 밝혀 왔습니다.

한편, 유병언 전 회장측에서는 기업명인 ‘세모’는 성경의 ‘모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