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민간단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에게 선물과 향응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현행법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 공무원과 국회의원이 해당 단체에 특혜를 준 정황 즉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앞으로 이런 선물과 향응을 받은 공직자는 수수한 금품이 100만원을 넘는다면(해당연도 500만원 초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위반행위와 관련 금품 등 평가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 된다. 또 100만원 이하라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김영란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법은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제안했다. 하지만 각 부처의 반발로 원안은 여러 번 수정됐고,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잊혀졌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부패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갑자기 되살아났다. 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그 동안은 공직자들이 누가 봐도 특혜를 바라고 받은 돈을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해 왔다”며 “법 제정을 통해 공직사회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은 관료 사회에 관행화된 유관 단체 기업으로부터 금품수수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공직자가 개인적 지연 학연 직연 등 사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직무수행을 회피하도록 의무화 했다. 이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면 세모그룹 출신이 세월호 참사 수사를 지휘하는 해경 정보수사국장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금품수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반대로 “독일을 비롯해 직무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금품수수 자체를 금지하는 공직관련법을 시행하는 국가가 많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무위는 27일 법안소위를 열고 이법을 재논의 한다. 원안대로 통과한다면 공직자 범위가 정부기관 종사자, 국회의원과 판사, 공기업 직원, 국공립 학교 교직원을 비롯해 가족들도 모두 포함돼 대상이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나 언론 종사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법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공직자가 이해집단으로부터 금품과 각종 편의를 받아오던 오랜 관행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이익집단들이 정치권과 관료들에게 벌이는 입법 청원(로비)도 양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사회 부패는 기업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추진해 공직사회 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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