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전공자도 한명 뿐
지난해 교과서 파동 때 수정명령 대상을 판단한 수정심의회 위원 중에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에 추천 글을 쓴 교수와 보수 성향의 학부모단체 대표가 끼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논란의 핵심이었던 현대사 전공자는 정부기관 소속 연구사 한 명뿐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ㆍ사실오류가 불거지자 8종 교과서 전체에 ‘물타기 수정권고’를 한 데 이어 수정심의회를 통해 7종에 수정명령까지 했지만, 결과를 두고 되레 ‘부실ㆍ편향’ 시비가 커졌다.
교육부는 교학사를 제외한 6종의 한국사 교과서 저자들이 제기한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재판부의 명령으로 그동안 공개 않던 수정심의회 위원 15명의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위원장은 조선시대 한ㆍ일 관계를 주로 연구해온 손승철 강원대 교수가 맡았고, 위원은 사립대 교수가 5명, 일선 고교 교감ㆍ교사가 4명, 국사편찬위원회(국편)ㆍ독립기념관 등 정부기관 소속 학자 3명, 지방교육청 교육과학연구원 연구사 1명, 학부모단체 대표 1명이다.
이 가운데 이훈상 동아대 교수(사학과)는 친일사관ㆍ독재 미화로 물의를 빚은 교과서 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ㆍ현대사에 추천의 글을 쓴 적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교수는 당시 “이 책은 진정한 의미에서 오랫동안 우리를 속박한 식민주의를 넘어선 성과라고 해야 한다”고 썼다. 학부모단체에선 유일하게 보수성향인 자율교육학부모연대의 조진형 대표가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다.
정부기관이나 지방교육청 소속 학자, 연구사가 4명 포함된 것도 학계에서는 문제 삼고 있다. 독재 미화 등 교학사 교과서 문제의 핵심이었던 현대사 분야 전공자 역시 국편의 김점숙 편사연구사뿐이다.
이준식 연세대 연구교수는 “현대사의 중요 부분은 정치ㆍ사회 분야인데 경제사가 전문인 연구사를 포함시킨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더구나 정부 소속 학자나 연구사들은 교육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정심의회를 꾸리기 위해 시ㆍ도교육청, 교육단체, 대학 등 413곳에 위원 추천 공문을 보냈으나 역사학회는 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참여 의사를 보인 단체나 학자가 드물어 분야별로 전공자를 완벽히 구성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과 교수는 “교학사의 오류는 줄이고, 다른 교과서의 잘못은 부풀리는 ‘물타기 수정명령’을 교육부가 주도했다는 의혹이 짙었다”며 “학계의 요구에도 그간 교육부가 위원 명단을 비공개로 해온 것도 수정심의의 전문성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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