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서 (실종자) 이름을 부르면 꼭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러분들도 불러주세요.” 유경근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실종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조은화, 윤민지, 윤인화 선생님….” 시민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손수건으로 틀어막거나 입술을 깨문 채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침몰 참사 39일째인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 촛불행동’에는 처음으로 세월호 희생ㆍ생존자 가족 대표들이 참가했다. 618개 시민단체로 결성된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시민 3만여명이 참석해 ‘실종자 16명 전원 구조’의 한 뜻으로 촛불을 밝혔다.
홍숙희(43ㆍ서울 등촌동 거주)씨는 “마지막 한 명까지 꼭 구조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지난달 안산 합동분향소에 갔을 때도 펑펑 울었는데 외롭게 남겨진 가족들 생각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정미(44ㆍ경기 수원)씨도 “내 아이들 같다. 그저 빨리 부모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홉 살, 열 살 조카 둘을 데리고 걷던 홍순옥(36ㆍ인천)씨는 “누군가는 이렇게 참사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더 적극적으로 구조할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광교 보신각 종로2가 을지로 퇴계로를 돌아 서울광장까지 3.7㎞를 걸으며 “팽목항을 잊지 말자” “실종자를 찾아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1,000만인 서명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장동원 단원고 생존학생 가족 대표는 “여러분들이 먼저 간 아이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한민국의 선장과 조타수가 무책임하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유가족에게만 맡길 수 없다”며 서명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대책회의는 유가족에게 50만여명의 서명 용지를 전달했다.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에도 참가자들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질책했다. ‘박근혜도 조사하라’ ‘골든 타임에 뭐했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천병삼(44ㆍ의정부)씨는 “대통령 담화문에 실종자 수색 관련 얘기는 한 마디도 없었다. 말로 때우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듯한 태도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진 중 2,000여명은 청와대로 가려다 서울 보신각 앞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문미정 서울시의원 후보와 송경동 시인 등 30명이 연행돼 관악경찰서 등 서울시내 경찰서 4곳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고교생 1명을 제외한 전원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