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美 상위 1% 부유층 1970년 자산규모 통계자료 임의조정"
피케티 "다양한 원본들 비교위해 조정 필요…결론엔 영향없어"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일반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이 자료연구 오류 논란에 휘말렸다.
전세계 부의 불평등 심화를 주제로 한 이 책은 글로벌부유세 신설이라는 파격적 결론 때문에 논란의 대상인 적은 많았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난 200년간 부의 축적을 분석하기 위해 진행한 새로운 자료연구 방식에 대해선 칭찬 일색이었던 탓에 이번 논란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피케티 교수도 단순한 수치 보정일 뿐이라며 오류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21세기 자본론>은 약 600쪽의 방대한 경제학서임에도 현재 미국에서 20만부 이상 팔리며 아마존 베스트 셀러가 됐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이 책은 경제가 발전하면 빈부격차가 줄어든다는 과거 경제논리를 실제 통계작업을 통한 증거 데이터로 반박하며 부유세 등 강력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주장한다. 이 책의 열풍에 대해선 1980년대 신자유주의 태동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진 우울한 현실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 전문가 등을 동원한 자체 분석을 통해 <21세기 자본론>이 제시한 통계 분석자료가 원본자료와 다르게 기재되고, 의도된 결론에 맞게 각색됐을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FT에 따르면 이 책에 제시된 미국 소득상위 1% 부유층의 1970년 자산 규모는 원본자료와 다르게 임의로 조정됐다.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의 소득 분배 상황을 평균 낸 부분에서도 세 국가들의 인구 차이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FT는 “통계오류가 맞다면 책 내용과 달리 1970년대 이후 부의 불평등 수준은 크게 심화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21세기 자본론>의 결론에 치명적 약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피케티 교수는 FT가 자신의 연구결과에 의문을 제시한 24일 FT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즉각 반박했다. 그는 “연구에 활용된 원본자료들이 매우 다양해 자료들간 비교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케티 교수는 “이런 조정 과정이 결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FT의 지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번 논란이 피케티의 연구 성과에 흠집 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무게를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FT가 지적한 것 중 피케티 교수의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칠 자료연구의 오류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애널리스트들이 많은 부분 FT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피케티가 오류를 범했다는 FT의 지적 자체에도 이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T의 지적으로 향후 관련 논쟁이 크게 불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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