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이 1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가계 빚이 그만큼 줄었다는 게 아니라 금리가 훨씬 높은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의 대출 비중이 가파르게 올라갔다는 방증이라 가계 부실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이 가계에 빌려준 돈은 481조1,131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41.7%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0.8%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는 2000년 가계대출 비중이 35.1%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비중은 1998년 27.7% 정도로 낮았지만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올라 2005년(49.8%) 가장 높았다가 이후 다시 줄어들었다.
반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늘어났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 총액 중 가계대출 비중은 2008년 44.5%에서 6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57.2%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1%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 중 은행을 제외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보험 등 기타금융기관의 총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481조8,787억원으로 전체의 절반(50.03%)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에 따른 생계형 대출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제2금융권의 경우 금리가 높고 대출심사 요건이 낮아 부실 우려도 크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은행권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 가계대출의 비중이 증가한 것은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건범 한성대 교수도 “가계 소득이 악화하고 일자리 여건이 나빠져 가계대출 수요자들이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하락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을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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