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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매카시즘은 1987년 민주화 정착된 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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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매카시즘은 1987년 민주화 정착된 후 본격화"

입력
2014.05.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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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매카시즘이 1987년 정치적 민주화가 정착한 뒤 본격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4일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열린 학술회의 ‘한국 역사에서의 매카시즘’에서 미국과 서구사회의 매카시즘이 냉전과 함께 등장했다면 한국의 매카시즘은 1987년 이후 즉 냉전이 끝날 무렵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역사연구회(회장 정연태 가톨릭대 교수)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박 교수는 “1987년 이전 한국 사회에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제도적ㆍ법률적 수단이 작동하고 있었는데 이런 수단들은 헌법이나 국제법적 가치를 넘어 운영됐다”며 “이러한 엄중한 상황 아래서 진행된 반공은 매카시즘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상 통제를 위한 법률과 제도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념 아래에서 더 이상 공개적으로 작동할 수 없었던 민주화 이후 매카시즘적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카시즘은 1950~54년 미국에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 주도로 일어난 반(反) 공산주의 열풍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보수 진영은, 반공 정책이 어떤 법제보다 앞섰던 민주화 이전에는 진보 진영의 위협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고 이 때문에 매카시즘이라 불릴 만한 분위기를 조성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사상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매카시즘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 대표 사례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불거진 북한 조문 파동, 박홍 당시 서강대 총장의 주사파 발언, 노태우 정부 전반기 전향적 대북정책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세력의 반공 발언 등을 들었다.

박 교수는 “’친북좌파’에 대한 비판과 색깔론이 1997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일시적으로 진정됐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8년을 거치며 위기감을 가진 보수세력에 의해 종북좌파라는 이름으로 작동하기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정인 춘천교육대 교수는 ‘과거청산의 대상, 종북프레임’의 주제 발표를 통해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유달리 부상했던 종북 프레임이 2013년 대한민국을 흔든 모든 사건에 작동하는 괴력을 발휘했다”며 “최근의 종북몰이는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등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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