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틀레티코에 0-1로 끌려가다 라모스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
연장서 3골 뽑아 4-1 승리 레알, 12년 만에 빅 이어 품어
호날두, 챔스 최다골 새 기록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레알은 25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오 다 루즈에서 열린 2013~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아틀레티코)를 120분 연장 혈투 끝에 4-1로 제압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 레알은 2001~02시즌 이후 12년 만에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차지, ‘라 데시마’(La Decimaㆍ스페인어로 10번째라는 뜻)를 달성했다.
●다 잡은 고기 놓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규 시간 90분이 모두 끝나고 1-0으로 아틀레티코가 앞서가자 아틀레티코의 벤치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들썩거렸다. 디에고 시메오네(44) 아틀레티코 감독은 지역 라이벌 레알을 꺾고 라리가 우승에 이어 ‘더블’을 완성한 듯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레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기적적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추가 시간이 5분 주어진 가운데 후반 48분 세르히오 라모스(28)가 루카 모드리치(29)의 코너킥을 받아 헤딩슛으로 연결 한 것. 패색이 짙던 레알은 환호성을 질렀고 90분 내내 골 문을 걸어 잠근 아틀레티코 수비진은 머리를 부여잡고 좌절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분위기를 탄 레알은 연장 후반 5분 앙헬 디마리아(26)의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슈팅이 상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22)를 맞고 나오자 달려들던 가레스 베일(25)이 헤딩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어 마르셀로(26)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가 쐐기골을 퍼부어, 우승에 방점을 찍었다.
레알 우승의 주역은 부주장 라모스였다. 중앙 수비수 라모스는 부상으로 빠진 페페(31) 대신 출전한 라파엘 바란(21)과 함께 철벽 수비진을 구축했다. 키183cm에 탄력 높은 점프력을 자랑하는 라모스는 경기 막판 골 넣는 수비수로 진가를 발휘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스리그 준결승 2차전(4-0 승)원정에서도 헤딩으로만 2골을 뽑아냈던 라모스는 가장 중요한 결승 무대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3번째 빅이어 든 우승 청부사 안첼로티
레알은 시즌을 앞두고 주제 무리뉴(첼시) 감독이 떠난 자리에 ‘우승 청부사’ 카를로 안첼로티(55)를 앉혔다. 안첼로티 감독은 AC 밀란(이탈리아) 사령탑 시절에도 챔스리그 2차례 우승(2002~03, 2006~07)을 경험한 바 있다.
안첼로티의 지도력은 이번 대회에서도 빗나가지 않았다. 레알은 극도로 취약했던 독일원정 경기 징크스를 깨뜨리며 레버쿠젠, 도르트문트, 뮌헨 등을 모두 제압했다. 특히 뮌헨에서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레알이 원정 경기 대승을 거두기까지는 안첼로티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안첼로티는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 이어 유럽 챔피언에 오르며 올 시즌 더블을 이뤘다. 개인 통산 3번째 챔스리그 우승컵이다. 이로써 챔스리그 역대 최다 우승 감독 타이기록도 썼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것이 축구다. 때론 운이 따라주지 않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행운이 함께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대회서 우승을 차지했고 내가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사령탑이란 사실이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희비 엇갈린 호날두와 코스타
부상으로 신음하던 호날두와 디에고 코스타(26ㆍ아틀레티코)는 나란히 선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둘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코스타는 리그 최종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지만 결승 무대에 나섰다. 그러나 코스타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다시 통증을 느꼈고 전반 9분만에 아드리안 로페즈(26)와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아틀레티코가 전반 이른 시간에 교체 카드 1장을 사용했던 것이 ‘악수’(惡手)가 됐다. 아틀레티코는 정규 시간 90분 동안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해, 연장 체력저하에 속수무책이었다. 반면 호날두는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올시즌 챔스리그에서 17골을 작성, 한 시즌 최다골 기록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시즌 라리가 득점왕(31골)을 차지했던 호날두는 또 챔스리그에서만 역대 통산 68골을 성공시켜, 리오넬 메시(통산 67골)를 밀어내고 라울 곤살레스(71골)에 이어 통산 득점 2위 자리를 꿰찼다.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