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터키 세일란 감독의 몫
황금종려상은 터키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몫이었다.
영화 윈터 슬립(연출 세일란)이 24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터키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1982년 욜(연출 일마즈 귀니) 이후 32년만이다.
세일란 감독은 17일 윈터 슬립 시사회에서 ‘SOMA’라고 쓴 종이를 취재진과 관객을 향해 들었다. 터키 소마 탄광 폭발 사건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서였다. 세일란 감독에게 칸 영화제는 애도로 시작했으나 기쁨으로 끝났다. 세일란 감독은 “터키 영화 100년을 맞은 해에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면서 “희생된 청년들에게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희생된 청년이란 지난해 터키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죽거나 다친 이들을 뜻한다.
윈터 슬립은 시사회에서 취재진과 평론가에게서 극찬을 받아 일찌감치 황금종려상 후보로 손꼽혔다. 영화의 배경은 터키 아나톨리 지방 시골. 수도 이스탄불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주인공 아이딘은 상속받은 재산을 이용해 고향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한다. 물질적인 어려움을 겪어본 적 없는 아이딘은 가족, 주변인과 갈등을 빚는데, 세일란 감독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보여주면서 우울한 터키 사회의 이면까지 묘사했다.
공대 출신 사진작가였던 세일란 감독은 칸 영화제와 인연이 깊었다. 2002년 우작을 출품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대상은 황금종려상에 이어 2등상에 해당한다. 세일란 감독은 2008년에는 감독상(쓰리 몽키스)을 받았고, 2011년에는 심사위원대상(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을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여성 감독 알리스 로르바흐가 연출한 더 원더스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더 원더스는 세상이 곧 멸망한다고 생각하는 염세주의자와 그의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여성 감독인 제인 캠피온 심사위원장의 입김이 심사위원대상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 폭스 캐처를 연출한 베넷 밀러 감독은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최고령 감독인 장 뤽 고다르(84)가 연출한 굿바이 투 랭귀지와 최연소 감독인 자비에 돌란(25)이 연출한 마미는 심사위원상 공동 수상작이 됐다. 세일란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탓에 거장 다르덴 형제, 켄 로치 등은 빈손으로 칸에서 떠나야만 했다.
미스터 터너 주인공 티모시 스펄은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맵스 투 더 스타스 여주인공 줄리안 무어는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한편 한국영화는 경쟁 부문에 오르지 못했고, 도희야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으나 평론가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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