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같은 기자들 원망도 했지만 이젠 뉴스 줄어 걱정
시신 꼭 찾을 수 있게 정부·언론 등서 계속 관심 가져야"
세월호 참사 38일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앞에 과자 두 봉지와 캔 음료가 놓였다. 아들이 가장 좋아했다는 간식을 놓고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불러댔다. “언제 올 거야. 엄마 기다리잖아.”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해 방파제를 지키고 선 경찰과 소방대원은 익숙한 장면인 듯 이내 고개를 돌렸다.
기자가 사고가 난 지난달 16일부터 열흘간 처음 현장을 지켰을 때라면 이 장면을 놓칠세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사진기자, 부리나케 메모했을 취재기자가 득실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찾은 진도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욕설을 들으면서도 주변을 떠나지 않던 이들의 줄어든 관심에 남은 가족들은 낯설어했고, 결국엔 잊혀질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사고 직후, 사망자 수 집계조차 못하는 정부와 ‘전원 구출’이라는 치명적인 오보로 인해 희생자 가족들은 기자들과 공무원들에게 낮밤을 가리지 않고 절망과 분노가 담긴 절규를 쏟아냈다. 그런 부정적인 반응도 시간이 흐르면서 누그러졌다. 그저 “시신을 찾아 갈 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애절하게 부탁을 했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무서우리만큼 조용한 이곳에서 기다림이라는 적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진드기처럼 붙어 떠나지 않던 기자들을 무척 원망했다. 모두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욕도 많이 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곳을 다루는 뉴스가 줄어들면서 원망보다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다가 ‘우리 얘기가 단 한 줄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그대로 잊혀지면 어떻게 할까’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종자의 아버지는 “어린 학생들이 손으로 쓴 편지 등 이곳에 보내지는 많은 분들의 응원에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불안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 분위기가 더해지고 정치권에서 진상조사와 정부조직개편 등 마무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더욱 커졌다. 한 일반인 실종자 가족은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가족들을 남겨둔 우리에게 모든 게 수색 구조 다음의 일”이라며 “사망자 288명에 비하면 실종자 16명은 소수로 보이겠지만 16명이라도 매우 큰 인명피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많은 사람들이 여기 바다에 아직 남아 있다”며 “정부와 언론, 심지어 세월호 희생자 가족 대책위도 실종자를 전원 찾을 때까지 책임지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런 실종자 가족들에게 팽목항과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남아있는 자원봉사자들은 큰 위로가 되고 있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실종자 가족들과 보내는 사이,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는 친구가 됐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오랜 시간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사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저 분들 덕에 용기를 내고 두려움을 떨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을 평생 저주하리라 다짐했다던 한 실종자 아버지가 기자에게 담배를 권하며 말했다. “남은 실종자 가족들 잊지 마세요. 그래야 우리 애가 못난 아비 빨리 찾아오지 않겠어요.”
진도=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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