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이 별도 전송 불필요
벤처사가 2년 前 개발했지만
정부 부처 이기주의에
편의점 광고에 쓰일 판
소방방재청의 자연재해 경보, 경찰의 흉악범 탈주 같은 범죄 경보 등을 한 번에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약 2년 전 개발됐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장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안전관리대책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사고, 재해 피해 최소화 노력도 부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 A사는 2012년 8월 ‘한국형 긴급공공 경보시스템’ 시제품을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경보시스템은 자연재해, 대형사고, 흉악범 탈주, 실종 아동 등에 대한 예ㆍ경보를 앱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알린다. A사 구윤회 이사는 “2012년 동일본 대지진 때 구청 공무원이 차로 20분 넘게 달려가 대피방송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시간 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경보시스템의 원리는 이렇다. 사용자가 설정한 시간(1~10분)마다 앱이 스마트폰의 위치를 상황인지 판단 서버에 저장한다. 서버는 대형사고 발생 시 관련 부처를 연결, 해당 지역 안에 있는 스마트폰에 경보를 보낸다. 사고 우발지역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보를 전송하는 기능도 있다.
현재 소방방재청도 신청자에게 기지국 위치를 기준으로 재난발생 정보 등을 문자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육상 재난이나 기상 정보 등에 국한되고 개인 위치정보가 노출될 우려도 있다. 구 이사는 “다른 경보 앱들이 사용자의 스마트폰 번호와 위치정보를 같이 수집해 누가 어디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 번호 대신 앱의 일련번호를 수집해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보시스템을 활용하면 사고, 재난을 담당하는 여러 기관 간 칸막이도 없앨 수 있다. 현재 산사태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소방방재청, 흉악범 탈주나 실종 아동 정보는 경찰, 해난 사고는 해경이 각각 관련 경보를 발령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각 기관이 따로 시스템을 갖춰 경보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없어져 효율적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제품 개발 당시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 관련 부처에서 돌아온 답은 매번 ‘자체 개발하고 있는 앱이 있다’는 것이었다고 구 이사는 전했다. 그는 “공공서비스인 만큼 국책사업으로 신청해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오히려 알리지도 않은 일본 대기업과 미국 실종아동단체가 먼저 사용해보고 싶다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입장에서 사고나 재난은 정부가 편의상 나눠놓은 담당 부처와 무관하게 하나같이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온다”며 “부처마다 우후죽순 안전 관련 앱을 만드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도 매우 불편하므로 통합경보서비스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 업체의 특허기술은 상업용으로 쓰이게 됐다. 구 이사는 “편의점 업체와 계약해 특정 지역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에 광고가 뜨는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제공할 예정”이라며 “공공 경보시스템이라는 당초 구상을 실현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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