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어떤 영화 볼까]
국내 극장가는 여름 시장이 대목이다. 휴가가 몰리는 8월초에 가장 큰 시장이 선다. 규모가 큰 영화들이 여름 시장을 겨냥한다. 5월 하순은 여름 시장의 개장을 알리는 때다. 미국 블록버스터가 본격적으로 시장 장악에 나서고 한국영화도 화제작이 줄지어 개봉한다. 올해 5월 하순도 큰 차이가 없다. 할리우드 대작이 선제 포문을 열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번 주 할리우드 대표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다. 2006년 ‘엑스맨: 최후의 전쟁’으로 맥이 끊긴 ‘정통 엑스맨’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영화다. ‘엑스맨’은 ‘울버린’시리즈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로 관객들을 찾았다.
14일 밤 ‘전야제’ 형식으로 개봉한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엑스맨’ 1,2편을 만들며 ‘엑스맨’의 세계를 스크린에 창조했던 브라이언 싱어가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브랫 레트너 감독의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엑스맨’에서 가지를 뻗은 여러 유사 ‘엑스맨’ 영화들에 만족하지 못한 관객들이라면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크게 반길 만하다. 딱히 ‘엑스맨’ 마니아가 아니어도 쉬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다. 사회적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바탕에 깔고 이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감독의 시도도 흥미롭다. 별 부담 없이 오락영화를 즐기고 싶은 관객도, 감독의 개성이 뚜렷한 영화를 보고 싶은 영화광도 큰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작이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미래와 과거를 이으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돌연변이 초능력자인 엑스맨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지닌 천재 과학자 트라스크가 엑스맨을 제거할 첨단 로봇 센티넬을 만든다는 설정이 갈등으로 작용한다. 엑스맨 각자가 지닌 여러 능력들을 바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센티넬의 등장으로 엑스맨은 절멸 위기에 처한다. 오랫동안 엑스맨이 가야 할 방향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두 지도자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와 매그니토(이안 맥컬린)은 멸종을 피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울버린(휴 잭맨)을 과거로 보내 미래를 통째로 바꾸려 한다. 울버린은 젊은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 미래의 반전을 꾀하나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갈등이 험로를 만든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볼거리를 일단 앞세운다. 엑스맨의 갖가지 초능력을 무력화 시키는 센티넬의 가공할 무력과 이에 혼신을 다해 맞서는 엑스맨의 대항이 첫 번째 볼거리를 만든다. 1초라는 눈깜짝할 시간을 마치 3분 정도되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퀵실버의 활약상, 엑스맨의 공간 이동을 도와주는 블링크(판빙빙)의 능력이 눈을 사로잡느다. 퀵실버와 블링크는 이전 ‘엑스맨’ 시리즈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다. 모든 금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매그니토의 가공할 능력도 영화 막바지에 거대한 스펙터클을 완성한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22일 기준 30만4,312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었다. 주말을 거쳐야 ‘대박’ 여부를 가늠할 수 있겠으나 순조로운 흥행세다.
여느 5월답지 않게 예술영화라 통칭될 작은 영화들로 이뤄진 상차림도 푸짐한 주말이다. 상업영화들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5월이면 작은 영화들은 기나긴 ‘여름 잠’에 들어가긴 마련이었는데 올해는 크게 다르다.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도희야’를 비롯해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일대일’, 캐나다의 샛별 감독 자비에 돌란의 ‘탐 앳 더 팜’, 미국 독립영화계의 재주꾼 스파이크 존스의 ‘그녀’가 예술영화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말 흥행 대회전을 벌인다. 덩치 크고 요란한 영화보다 사색과 성찰을 동반하는 영화감상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행복한 고민에 빠질 듯.
이들 영화 중 ‘도희야’의 관람을 우선 권한다. 신인의 참신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촌에 쫓기듯 부임한 여자 파출소장 영남(배두나)과 양아버지 용하(송새벽)의 학대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도희(김새론)의 미묘한 관계를 그렸다. 메시지 전달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도 한국사회가 품은 갖은 문제들을 차분한 시선으로 전달하는 연출력이 만만치 않다. ‘일대일’은 김기덕 감독의 파격적인 설정이 눈길을 잡지만 완성도는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