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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LP... 좋은 음질이 꼭 좋은 음악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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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LP... 좋은 음질이 꼭 좋은 음악일 수 있을까

입력
2014.05.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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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유행하는 LP를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모습.
요즘 다시 유행하는 LP를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모습.

하루 다섯 시간 정도 국내외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다. 집에서는 보통 오디오 스피커로 듣는데 일을 할 때는 헤드폰을 쓰기도 한다. 밖에서는 이어폰을 쓴다. 음반은 대략 7,000장 정도 가지고 있다. 모두 CD다. 카세트테이프도 100여개 있는데 쓸 일이 없다. LP는 가지고 있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아무래도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이 크다. mp3를 휴대폰에 저장해 듣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는 경우도 많은데 mp3는 항상 고음질(320kbps)로 다운로드한다.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는 주로 192kbps와 320kbps를 구분해 다운로드할 수 있게 제공한다. 1990년대 이전에 나온 음원은 보통 192kbps를 제공한다.

kbps는 초당 킬로비트(kilobits per secondㆍ네트워크상 데이터 전송 속도)다. 초당 1,000비츠(bits)를 전송하는, 주파수 대역을 나타내는 단위인데 디지털 음악 파일의 음질을 표시하는 단위로 여겨진다. 숫자가 높을수록 음질이 좋다고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192kbps나 320kbps는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재미있는 건 디지털 시대 이전만 해도 음질에 대한 의구심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카세트테이프를 듣다가 CD를 들을 때의 문화 충격은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kbps 같은 단위로 음질의 수준을 보여주는 시대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320kbps로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건 일종의 습관이다. CD레코더가 보급되던 2000년 즈음 2배속, 320kbps로 음반을 리핑하던 지루한 기억 때문이다.

사실 음질을 따지는 편은 아니다. 비평가로서 무책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좋은 음질이 늘 좋은 음악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음질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다. 고가의 헤드폰이나 PC-FI 같은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가 속속 출시되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HD 음원이란 명칭으로 320kpbs 음원을 제공한다(보통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128kbps를 쓴다). 클래식은 FLAC 같은 무손실 음원을 제공하거나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블루투스 오디오 기기는 APT-X같은 무선전송 고음질용 코덱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21세기에 이토록 음질이 중요해지는 건 역설적으로 디지털 환경이 이전보다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디지털 환경이란 제작보다는 전송환경을 뜻한다. 제작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디지털로 전환됐다. 하이퍼텍스트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데이터 전송이 필수적인데 이때 음악의 효율적인 전송을 위해 ‘초당 킬로비트’가 중요해진 것이다. 지금 오디오 기기에서 고음질 음원이 중요해지는 건 그만큼 전송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음질을 따진다면 차라리 음반을 듣는 게 좋다.

요즘 다시 LP나 카세트테이프가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물론 요즘 발매되는 LP는 아날로그 장비로 녹음된 마스터테이프를 쓰지 않는다면 음향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바이닐이라는 물리적 형태에 담겼다고 모두 아날로그 사운드는 아닌 것이다. 사실 아날로그의 따뜻한 느낌은 녹음장비의 한계 때문에 생긴 노이즈와 왜곡 덕분인데 수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이런 노이즈가 향수의 대상이 됐다. 디지털 방식은 이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그렇다면 중요한 건 음질이 아니라 음악적 경험이 아닐까. 그 음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들었느냐는 것 말이다. 좋은 음악이란 그런 경험이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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