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되는 ‘슬럼독 밀리어네어’(EBS 밤 11.00)는 정체가 애매한 영화다. 인도 빈민가를 배경으로 인도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국적은 인도라기 보다 영국이라 할 수 있다. ‘트레인스포팅’의 영국 감독 대니 보일이 메가폰을 잡았고 영국과 미국 자본이 의기투합했다. 겉은 인도영화인데 영국의 DNA가 감춰진 영화라고 할까. 이런 복잡한 구성 덕분에 이 영화는 2009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상을 받았다.
영화는 인도 뭄바이의 18세 고아 자말(데브 파텔)이 거액이 걸린 퀴즈쇼에 출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이 없고 앵벌이로 짧은 인생 대부분을 보낸 자말은 퀴즈쇼의 매 단계를 통과하며 최종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식해야 당연할 자말이 퀴즈쇼에서 승승장구하자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한 뒤 심문한다. 자말이 부정행위로 퀴즈를 계속 맞춰가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자말은 신산한 삶을 거리에서 보내면서 알게 된 지식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하고 카메라는 자말이 보내온 날들을 되짚는다.
서구인의 시각으로 인도 민중의 비참한 삶을 상업적으로 잘 풀어냈다. 음악과 춤을 중시하는 인도영화의 특색을 받아들여 뮤지컬 형식으로 꾸몄다. 자말이 거리에서 겪는 여러 폭력적인 상황이 마음을 누르나 통쾌한 결말이 무거운 정서를 씻어낸다. 자말이 마지막 문제를 풀어내고 여자친구와의 사랑을 이뤄낼지 여부가 관객의 가슴을 쥔다. 원제 ‘Slumdog’. 15세 이상 시청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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