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만 안 했어도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지켜본 전ㆍ현직 선장 및 선원들은 사고 후 세월호 선원들의 대응 가운데, 첫 번째 치명적 실수는 선내 방송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전직 선장은 “당연히 갑판위로 대피하라는 방송을 했어야 했다. 배를 아는 선원이라면 당시 배가 복원력을 상실해 원위치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퇴선 준비의 기본원칙인 ‘갑판 위 대피구역 이동’을 누구도 주문하지 않은 건 선장도 선원도 비상상황대처법의 ABC조차 몰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승선경력 25년의 또 다른 여객선 선장은 “악천후 상황이 아니라면 선박 침몰 시 무조건 갑판위로 올라가야 한다. 승객들이 선내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배에 물이 차면 부력에 의해 몸이 떠 절대 배 밖으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지상에선 유사시 건물이나 지하벙커 안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해상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먼저 배를 버리고 떠난 것에 대해선 "더 이상 (세월호 이준석 선장을) 선장이라 부를 가치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살고 싶어 도망치더라도 최소한 퇴선 경보는 울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 현직 1등 항해사는 “세월호 선원들은 퇴선 버튼을 눌렀지만 울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누구라도 다시 경보기를 작동했어야 했다. 끝까지 남아 구조를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퇴선 경보 조차 하지 않고 먼저 탈출한다는 게 말이 되나. 도저히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모든 선박에는 선교에 퇴선 경보기가 갖춰져 있고, 경보를 울리면 방송시스템을 통해 선내 전 구역에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다.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적과 그에 따른 ‘선박평형수(밸러스트)’ 감소를 묵인한 것도 법에 명시된 ‘출항 전 검사 의무소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승선경력 18년의 한 전직 선장은 “배가 한 번에 전복되기란 정말 힘들다. 그 만큼 무게 중심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으로 정상적인 선원이라면 절대 그대로 출항하지 않는다. 승객은 물론 자신들도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안전 설비에 대한 무관심으로 구명보트 등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다른 배에 조난신호 조차 보내지 않은 점 등도 지적됐다.
승선경력 12년의 전직 1등 기관사는 “열악한 연안여객선의 처우를 감안하더라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판단과 선택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며 "최소한의 시맨십조차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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