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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한결같이 붓과 함께... 구순에도 열정은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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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한결같이 붓과 함께... 구순에도 열정은 늙지 않는다

입력
2014.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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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고령에도 유연준씨는 매일 밤새 글씨 쓰고 그림 그리며 붓을 놓지 않는다. 사진 제공 김순기
90 고령에도 유연준씨는 매일 밤새 글씨 쓰고 그림 그리며 붓을 놓지 않는다. 사진 제공 김순기

서예가 유연준씨 글씨ㆍ그림 등 150점 경인미술관서 개인전

미술 작가의 개인전으로는 최고령 기록일 것이다.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서예 개인전을 열고 있는 유연준씨는 25일로 90세가 되는 할머니다. 육 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낮에는 집안일 하고 밤이면 일어나 붓을 잡은 지 반세기가 됐다.

23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손톱에는 먹물이 배어 있었다. 전날 밤을 새워 그림을 여러 장 그리면서 묻은 것이다. 지금도 매일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새벽까지 글씨 쓰고 그림을 그린다. 고령에도 건강이 좋은 덕분이겠으나, 열정이 아니고는 못할 일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서예에 매달린 것은 1965년 막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다. 여러 스승에게 배웠다. 나이 육십을 훌쩍 넘겨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산수화를 공부하고 박물관 교육을 수강하는 등 꾸준한 정진에는 세월이 무색하다. 1980년대부터 여러 전시회에 참여했고 1990년 백제미술 최우수상 등 상도 여러 번 받았다.

27일까지 하는 이번 전시에는 글씨와 그림, 서각 등 약 150점이 걸렸다. 글씨는 반듯하게 맑고, 그림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다. 특히 작년과 올해 그린 작품들은 화려한 색채와 대담한 형태가 마치 현대 추상화 같다. 꽃도 그리고 새도 그렸다. 어린아이 솜씨인 양 천연덕스러운 그림이 대교약졸(大巧若拙)을 떠올리게 한다. 50년을 한결같이 쓰고 그리는 마음가짐은 단 하나, “그저 정성을 다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유명 미술작가인 맏딸 김순기(66)씨가 나서서 마련했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비디오아트 등 멀티미디어 작업을 해온 그는 현재 서울에서 아트선재센터의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시아 여성 미디어 작가 단체전을 하고 있다.

같은 작가로서 그는 어머니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다. “어머니는 진짜 프로예요. 하루라도 붓을 놓으면 살 수 없는 분이죠. 거기에 비하면 제 작업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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