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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턴'서 '홈 셰어'로... 예능의 색다른 시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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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턴'서 '홈 셰어'로... 예능의 색다른 시각전환

입력
2014.05.2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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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 스틸컷.
MBC '나 혼자 산다' 스틸컷.

'룸메이트' '셰어하우스' 같은 연예인들 모여사는 프로 늘어

일상 엿보는 재미 위주지만 동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걷고 대안 주거 형식으로 그려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 “고독함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외롭더라구.”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전직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묻고 동료 홍진호가 대답한다. 혼자 사는 남자. 과거에는 궁상맞다며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을 남자들의 혼자 사는 삶을 왜 굳이 예능 소재로 삼았을까.

먼저 혼자 사는 라이프 스타일, 우리가 싱글턴(singleton)이라고 부르는 그 삶이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1인 가구가 현재 네 집 건너 한 집에 육박하며 2030년에는 세 가구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싱글턴은 이미 ‘확정된 미래’라고 말한다. 과거의 대가족이 핵가족을 거쳐 싱글턴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 관찰카메라를 드리우는 건 싱글턴이라는 특별한 삶이 이제는 긍정적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턴은 독신주의나 노총각, 노처녀와 다른 개념이다. 독신주의나 노총각, 노처녀 모두 결혼을 전제로 해서 ‘결혼을 안 하는(혹은 못하는)’ 이를 지칭하지만 싱글턴은 결혼과 상관없이 ‘혼자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개념이다. 젊은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살거나,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살거나, 나이 들어 부양하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노인도 모두 싱글턴에 포함된다. 따라서 싱글턴은 독신주의나 노총각, 노처녀 같은 단어에 들어있는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인 뉘앙스도 있지만 동시에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뉘앙스도 포함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이 최근 SBS ‘룸메이트’나 올리브채널 ‘셰어하우스’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싱글턴이 늘면서 그들이 새로운 주거 형태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동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이 사실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함께 산다’는 이 동거의 의미에는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가’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붙어 있다. 오랜 가족주의의 틀 속에서 살아온 우리에게 함께 사는 것이 허용되는 건 가족이거나 아니면 하숙처럼 부모에 준하는 어른이 함께 사는 등의 경우에 국한된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거의 의미는 거의 가족주의의 틀에 묶여있다고 볼 수 있다.

SBS '룸메이트' 스틸컷.
SBS '룸메이트' 스틸컷.

‘룸메이트’는 2NE1의 박봄, 엑소의 찬열, 패션모델이자 방송인인 이소라, 이종격투기 선수인 송가연 등이 한 집에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셀리브리티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한 몫을 차지하지만 여기에는 새로운 주거 형태인 ‘홈 셰어’ 라이프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투영된다. 동거의 의미를 부정적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가족 같고 때로는 형제 자매 같은 또 다른 가족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긍정적인 주거형태로 그린다.

혼자 사는 라이프 스타일은 확정된 미래지만 우리 가족주의의 견고한 틀은 홈 셰어 같은 대안적 주거방식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994년 방영된 MBC ‘서울의 달’에서 고향을 떠나 혼자 서울살이를 하던 이들은 달동네의 한 다세대 주택에 모여 외로움을 달랬다. 그 때나 지금이나 혼자 사는 삶보다 함께 사는 삶이 낫다. 가족 바깥으로 나와 가족 같은 정을 찾는 긍정성이 있다면 쿨하게 같이 사는 주거방식이 무에 두려울까. 급증하는 싱글턴이 홈 셰어처럼 함께 사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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