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심판 고충 알지만 좁아터진 스트라이크 존은 불만"
김응용(73) 한화 감독은 요즘 심판들만 보면 안타깝다. 대다수 심판이 선수 출신이고 김 감독의 까마득한 야구 후배다. 한 팀에서 감독-선수로 동고동락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빈번한 오심 탓에 심판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거세다. 일부 심판들은 스트레스성 위궤양으로 식사가 어려울 정도다. 김 감독은 이런 이유로 “가급적이면 항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배 심판들의 권위를 지켜주고자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심판에 거세게 항의한 뒤 퇴장 당했다. 3루 베이스 위를 스쳐 간 상대 타자의 타구가 파울이 아닌 페어 판정을 받자 격렬히 항의하다 선수단을 철수시켜 버렸다. 그래도 김 감독은 다음 날 “내가 적당히 하고 들어갔어야 했다”며 심판을 두둔했다. “내 성질이 급해서 퇴장 당했다. 내가 참았어야 했다”고 후배들을 감쌌다.
그러나 김 감독도 ‘한 가지’ 후배들을 비판하는 게 있다. 경기 내내,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 존이다. 김 감독은 “사실 아웃ㆍ세이프 판정보다 더 큰 문제는 스트라이크 존에 있다”며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좁아졌고 낮은 공만 스트라이크로 잡아 준다”고 평했다. 그는 직접 포수가 공을 받는 시늉을 하면서 “이렇게 한 가운데 들어와도 심판이 놓치는 게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올 시즌 유례없는 타고 투저의 원인도 “스트라이크 존에 있다”고 노(老)감독은 진단했다. 류현진(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TV를 통해 봤다는 그는 “빅리그 심판들도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준다. 투수가 상대적으로 편하게 공을 던져질 수 있다”면서 “지금 한국 야구는 투수들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심판들이 (TV 중계 화면으로 노출되는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에 신경 쓰는 등) 자신이 없으니 스트라이크 존이 자꾸 좁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SK 배터리 코치의 생각도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 감독과 다르지 않았다. 김 코치는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모두 볼이다. 투수가 흔들릴 수 밖에 없고, 타자에게 던질 공이 없어진다”며 “힘과 기술을 겸비한 외국인 타자까지 합류해 투수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존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판들의 오심으로 시끄러운 요즘. 비디오 판독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스트라이크 존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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