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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3600종 새로 찾아낸 훔볼트의 남미 탐험길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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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3600종 새로 찾아낸 훔볼트의 남미 탐험길 추적

입력
2014.05.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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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남미 대륙을 실질적으로 ‘발명’한 훔볼트(왼쪽)와 그의 동반자 봉플랑. 이들은 18세기 후반 당시의 최첨단 과학 측정기구들을 짊어지고 사람의 발자취가 닿지 않는 깊숙한 열대 밀림까지 가서 탐사활동을 했다. 을유문화사 제공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남미 대륙을 실질적으로 ‘발명’한 훔볼트(왼쪽)와 그의 동반자 봉플랑. 이들은 18세기 후반 당시의 최첨단 과학 측정기구들을 짊어지고 사람의 발자취가 닿지 않는 깊숙한 열대 밀림까지 가서 탐사활동을 했다. 을유문화사 제공

1799년 6월 서른 살의 프로이센 청년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는 프랑스 식물학자 에메 봉플랑과 함께 스페인 북서부 라 코루냐 항구에서 쿠바 행 우편선인 피사로호에 올랐다.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훔볼트가 쏟아지는 혼담을 마다한 채 미지의 대륙 남아메리카로 떠난 것이다. 귀족 집안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광산 감독관을 지냈던 훔볼트는 홀어머니가 사망하자 풍족한 유산을 발판으로 하고 싶었던 탐사에 나섰다.

5년 간의 여행을 마친 뒤 홈볼트는 신대륙 적도지방 여행 오리노코강의 항해 등 30권의 기념비적 여행기를 냈다. 특히 코스모스는 19세기 전반의 과학 결산으로 꼽힐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책에서 파나마 운하 건설을 제안했고 ‘천연기념물’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책들은 후일 찰스 다윈이 1831~1836년 5년 동안 비글호 여행 후 펴낸 종의 기원에 대하여(1859)에 큰 영향을 주었다.

훔볼트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한 훔볼트의 대륙의 저자는 “훔볼트의 남미 탐험은 단순한 여정이라기보다 과학적 조사가 이뤄진 거의 최초의 탐험이란 측면에서 여러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종래의 남미 탐험이 황금과 보물을 노린 약탈이나 식민 지배를 위한 지도 제작 등이 목적이었다면 그는 남미의 동식물 표본을 채취하고 스케치하며 과학 자재를 동원해 수치를 측정했다.

“물리적으로 위험한 일들을 들으면 마음이 울렁댔고, 상상의 날개를 펼쳤던” 훔볼트는 죽음을 무릅쓰고 황금의 땅 ‘엘도라도’의 근거지로 여겨지던 오리노코 강과 아마존 강 상류 지역 등을 탐사했다. 열대 탐사에서 6,200 가지 식물을 채집했는데 이 가운데 3,600종은 새로운 종이었다. 그 때까지 학계에 알려진 식물은 대략 8,000여 종이었다. 학계에 알려진 식물의 50%에 가까운 종을 그가 발견한 것이다. 이밖에 700여 가지의 천문 관측을 했고 기압과 지구 자기장을 측정했다. 당시 세계 최고봉으로 알려진 침보라소산(해발 6,267m)을 등정하는 등 그가 5년에 걸쳐 탐험한 여정은 2만5,000~3만㎞나 된다. “왼손으로 풍뎅이를 잡으면 오른손으로 이미 미지의 난을 잡고 있는 종류의 사람”이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게 그의 지식욕과 탐구욕은 지치지 않았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그가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갖고 있다며 “통만 가져다 대면 항상 시원한 물이 끊임없이 콸콸 쏟아내는 수도관을 가진 우물”이라고 했다.

그의 이름은 페루 앞바다에서 북상하는 ‘훔볼트 해류’를 비롯해 ‘훔볼트 만’, ‘훔볼트 펭귄’, ‘훔볼트 산’, ‘훔볼트 대학’ 등 지명, 동물명, 식물명, 기관명에 사용된다. 적어도 19종의 동물과 15종의 식물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이 프로이센의 남작은 심지어 미국에까지 이름을 남겨 그의 이름을 딴 도시가 여덟 곳이고 카운티는 아홉 곳이다.

독일 빌트지 기자인 저자가 200여 년 전 남미 대륙을 탐험하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했던 ‘괴짜 유럽인’ 훔볼트의 여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히 풀어나간다. 사족으로 훔볼트의 친형 빌헬름은 정치인 겸 언어학자로 카를 마르크스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모교이자 노벨상 수상자를 29명이나 배출한 훔볼트대를 세웠다. 그래서 이들 형제는 근대 독일이 낳은 최고의 형제로 기억되고 있다.

<훔볼트의 대륙> 울리 쿨케 지음ㆍ최윤영 옮김, 을유문화사 발행ㆍ252쪽ㆍ1만6,000원
<훔볼트의 대륙> 울리 쿨케 지음ㆍ최윤영 옮김, 을유문화사 발행ㆍ252쪽ㆍ1만6,000원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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