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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실종된지 20년 후 미스터리 속 진실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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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실종된지 20년 후 미스터리 속 진실 찾아가기

입력
2014.05.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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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오플린
캐서린 오플린

캐서린 오플린(42ㆍ사진)의 장편소설 <사라진 것들>은 제목 그대로 상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상실의 의미는 두 겹이다. 사라져버린 것과 잃어버린 것. 사라져버린 것은 이인칭이고, 잃어버린 것은 일인칭이다. 각기 주어를 달리하는 두 동사가 초래하는 감정의 양태와 삶의 파국이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비롯되는 이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외피 속에 현란한 소비사회가 초래한 슬픔과 고독의 무늬를 아련하게 직조해 넣었다. 교사, 집배원, 음반매장 매니저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던 영국의 이 신예작가는 서른여덟에 쓴 이 첫 번째 소설로 맨 부커상 후보가 되며 스타덤에 올랐다.

소설은 초호화쇼핑몰 그린 옥스의 1984년과 2003, 4년을 번갈아 조명하면서 케이트 미니라는 열 살 소녀의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족이었던 홀아버지마저 뇌졸중으로 잃은 케이트는 원숭이 인형을 조수 삼아 홀로 탐정놀이를 즐기는 발랄하고 천진난만한 소녀. 친구는 동네의 신문가게에서 아버지를 도와 가게 일을 돕는 에이드리언뿐이다. 대학까지 다녔던 스물둘의 에이드리언은 야심이 없는 것이 유일한 문제인 선한 청년으로 케이트의 탐정수첩과 잠복근무에 이해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유일한 벗.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케이트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자신으로 인해 진창이 된 가족들의 삶을 견디기 어려워 에이브리언 또한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시간은 훌쩍 20년이 흐른다. 그린 옥스 음반매장의 매니저가 된 여동생 리사만이 간혹 오빠 에이브리언으로부터 편지를 받을 뿐이다.

20년간 미해결 상태로 잊혀 있던 실종사건은 쇼핑몰 경비원인 커트가 늦은 밤 폐쇄회로 TV로만 모습을 드러내는 어린 소녀의 영상을 발견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연인의 돌연한 사고사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커트는 사고 당시 이미 차갑게 변심했던 연인 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고로 그녀가 죽은 후 커트는 자신의 “슬픔이 매우 정당한 것, 진부한 청승이 아닌, 비극”이 돼가는 것을 경험하며, 그들이 “완벽한 연인이었다”고 자신을 속인다. 자신이 진실을 외면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그는 이중의 상실로 고통스럽다.

소설은 리사와 커트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열어가는 연애의 과정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추리의 과정을 병렬시키며 슬프고 고독한 쇼핑몰의 대기 속에 애잔한 온기를 퍼뜨린다.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이루며 간간이 삽입되는 열살 소녀 케이트의 당돌하고 우스꽝스러운 탐정 수첩 속 메모들은 그 온기의 가장 강력한 열원이 된다.

<사라진 것들> 캐서린 오플린 지음ㆍ정숙영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352쪽ㆍ1만3,800원
<사라진 것들> 캐서린 오플린 지음ㆍ정숙영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352쪽ㆍ1만3,800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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