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은 소득 순이라는, 가질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전통 경제학의 명제들은 수정된 지 오래다. 국민소득이 그 나라의 복지와 행복을 가리키는 지표가 될 수 없음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동료를 경쟁자로 낙인 찍고 짓밟아 돈을 더 벌겠다고 아등바등한다. 이렇게 모은 돈을 들고 백화점으로 달려가 명품을 쓸어 담으며 행복하다고 믿는다. 근대화 이전보다 경제와 소비수준은 치솟았지만 우리 조상보다 행복하다 자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는 주장으로 주류 경제학계에 경종을 울렸던 미국 경제학자 티보르 스키토프스키의 기쁨 없는 경제는 1976년 첫 출간된, 반(反)성장주의 경제학의 고전이다. 책은 미국 사회가 베트남전을 치른 후 맞이한 최고의 호황기에 쓰였다. 책은 어딜 가나 풍요와 번영이 넘쳤지만 궁핍하던 시절보다 미국인 대다수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기묘한 상황’을 설명한다. 당시 미국의 ‘풍요 속 빈곤’은 2014년 한국과 닮아 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한 성장주의의 부작용은 30여 년 전 미국인 학자의 눈에도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비쳤을 것이다. 저자는 ‘무엇이 인간에게 만족을 주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의 답을 추적한다. 행복하기 위해선 지위에서 얻는 만족, 일에서 얻는 만족, 새로움에서 얻는 즐거움, 그리고 중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국민소득은 행복을 도량하는 매우 부실한 지표일 뿐이란 얘기이다.
“내가 성장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무리 경제가 성장해도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이다.”탈성장사회를 쓴 프랑스 철학자 세르주 라투슈의 말이다. 저자는 성장사회의 병폐가 급기야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이른, 암울한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라투슈는 이어 책에서 20세기 후반부터 전개된 성장사회 비판의 다양한 사상조류를 탈성장 관점에서 통합하고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대안 모델과 사상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탈성장이 수동적으로 인내심을 강요하는 마이너스 성장과 다르다고 말한다. 더불어 탈성장이야말로 시장 사회의 가치들과 자연에 대한 약탈적 사고 대신에 ‘증여’와 ‘행복의 경제학’을 선택하는 길이라 주장한다. 책에선 사파티스타 운동, 이반 일리치의 ‘탈학교’, 카스토리아디스의 ‘자율사회’ 등 다양한 탈성장의 사례도 소개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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