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수는 "컨트롤타워 아니다" 발언이 결정적... 김기춘 유임은 논란의 불씨
현 정부 안보 분야의 양대 축이었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전격 경질된 것은, 그간 안보 라인에 전폭적 신뢰를 보여준 박 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남 원장을 유임시킬 정도였던 박 대통령이 이번 세월호 정국 민심 수습에서는 달라진 모양새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권으로부터 인사 쇄신 대상의 핵심으로 꼽혔던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시켜 청와대 책임론 논란은 여전히 남게 됐다. 당장 야권은 김 실장의 유임을 문제 삼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 원장은 정보기관 수장의 지위에 걸맞지 않게 지난해 3월 취임 초부터 최근까지도 늘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지난해 6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으로 야당으로부터 끊임없는 해임 공세를 받았으나,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자리를 지켰다. 올 4월에는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마당에도 남 원장에겐 지휘 책임을 묻지 않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으로 내각 전체가 쇄신 대상에 오른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으로서도 남 원장을 더 이상 감싸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남 원장의 경질이 의외라는 점에서,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락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인적 쇄신 과정의 첫 번째로 남 원장의 경질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원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초기 보고 과정에서 상황을 오판한 보고를 올려 경질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국정원은 세월호 사고 당일 세월호 선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나, 청와대에 어떤 보고를 올렸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에 세월호 사고에서 초기 대응과 보고 라인의 미숙이 여실히 드러났는데, 보고 라인의 문제도 제대로 정비하기를 바란다”고 밝혀 보고 라인의 문책을 시사했다.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상황 보고 책임자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다. 김 실장은 세월호 사고 초기 잘못된 상황 보고 외에도 “국가안보실이 재난대응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책임 회피 논란을 야기한 것도 경질 사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실장의 발언은 김 실장 개인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전체가 국정 전반의 책임을 일개 부처에 미룬다는 인상을 줘, 청와대의 책임 의식 부재라는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 실장 역시 국방ㆍ외교ㆍ통일 분야 컨트롤 타워의 수장으로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안보 분야 실세였으나, 이번 세월호 참사 여파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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