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하는 장면을 몰래 찍어 병원을 협박,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공동공갈 혐의로 허모(33)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 7개 척추전문병원의 수술실 천장에 몰래 설치한 카메라로 수술 장면을 녹화한 뒤 총 51억원을 요구해 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6개 병원은 순순히 돈을 줬으나 한 곳이 경찰에 신고해 이들의 범행이 발각됐다.
조사 결과 허씨 등은 의료기기 영업사원 출신으로, 척추 관련 수술은 간호조무사 등 무자격자가 의사 대신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술실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입구에 따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술실 입구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 저장기간(3주)이 지난 뒤 협박을 시작해 자신들이 수술실에 들어간 증거가 남지 않게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7개 병원에서 실제로 무자격자의 수술 등 불법 의료 행위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병원측의 부탁을 받고 허씨 일당에게 금품을 전달하면서 “영상을 퍼트리거나 소문을 내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허씨 등으로부터 수고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갈취한 염모(54)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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