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OS에 해킹 우려”중국 정부, 관공서에 금지령
중국 정부가 관공서 컴퓨터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우8’의 사용을 전격 금지하기로 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겉으론 보안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최근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사이버 갈등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 조달센터는 지난 16일 웹사이트를 통해 각 공공기관에 새롭게 조달되는 컴퓨터의 운영체제에 윈도우8을 탑재하는 걸 금지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정부가 윈도우8의 사용중지 명령을 내린 표면적인 이유는 외국산 운영체제의 보안 문제를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4월 윈도우XP에 대한 기술지원을 중지한다고 발표했고, 이로 인해 윈도우XP와 윈도우7을 주요 운영체제로 이용했던 중국 관공서의 컴퓨터들이 해킹 위험에 노출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리눅스에 기초한 자체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 간 사이버 갈등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푸단 대학의 쉔이 교수는 “중국 정부의 윈도우8 사용중지 발표는 사이버 갈등의 기폭제가 된 미국의 중국군 장교 기소 시점(19일)보다 앞서 이뤄져 이들 간에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기소 결정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8 사용중지에 대해 중국 정부와 차후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없애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국이 윈도우8을 이용해 자국 기밀정보를 엿보고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중국 과학학술기구인 중국공정원의 니 구앙난은 “윈도우8에 장착된 백신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사용자의 컴퓨터를 스캔한다”면서 “만약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기를 원한다면 윈도우8은 가장 최적의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 관공서에서 구매해 사용되는 컴퓨터에만 해당되고 개인용 컴퓨터에는 해당되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의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미중 간 사이버 갈등이 지속될 경우 미국 IT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감시활동이 폭로된 이후 미국 IT기업인 IBM과 시스코 시스템 등의 중국 내 판매 실적이 급격히 하락했다”면서 “중국 정부가 해킹에 대한 우려로 미국 IT기업의 제품 구입을 현저히 줄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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