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진핑 ‘테러와의 전쟁’ 비웃은 최악의 참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진핑 ‘테러와의 전쟁’ 비웃은 최악의 참사

입력
2014.05.22 21:35
0 0

무장 순찰 기차역 피해서 경계느슨한 시장에 공격 피해자 대부분이 서민들

“亞중심 안보기구 창설”시진핑 선언 하루 만에 ‘中 화약고’공포감 고조

22일 폭탄테러가 발생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사건 현장 주변에 배치된 공안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며 행인들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우루무치=신화 연합뉴스
22일 폭탄테러가 발생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사건 현장 주변에 배치된 공안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며 행인들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우루무치=신화 연합뉴스

중국의 화약고로 불리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또다시 테러의 공포가 엄습했다. 지난달 30일 우루무치(烏魯木齊) 기차역 자살 폭탄 테러에 이어 22일 우루무치의 시장에서 차량 폭발물 공격이 발생했다. 사망자만 31명에 이르는 등 분리독립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이 지역의 테러 강도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5년만의 중국내 최대 유혈 사태

이번 사건은 사망 피해 규모가 2009년 7월5일 우루무치 유혈 사태 이후 가장 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쿤밍(昆明) 기차역 칼부림 테러도 170여명 사상자가 발생해 피해가 컸지만 사망자 수는 29명이었다. 이번엔 이미 31명이 숨진 데다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위구르 독립운동 세력의 테러는 모두 기차역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날 테러는 기차역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점은 같지만 주로 서민들이 찾는 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소식통은 “지난 3월 쿤밍 기차역, 지난달 30일 우루무치 기차역, 지난 6일 광저우(廣州) 기차역 테러 뒤 역 주변 경비가 대폭 강화되자 보안이 허술한 시장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침에만 문을 여는 길거리 시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골라 범행을 저지른 것은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신장테러일지/2014-05-22(한국일보)
중국신장테러일지/2014-05-22(한국일보)

중국 정부의 테러 단속에 한계 노출

이번 사건은 공안 당국이 주요 도시에서 24시간 무장 순찰을 실시하는 등 경비 태세를 대폭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졌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최근 신장자치구에 테러 전문 교관을 파견해 총기 사용 교육까지 실시했다. 우루무치역 테러 이후 베이징에서도 지난 12일부터 총기를 휴대한 2,000명의 무장 순찰대가 차량 150대를 동원해 주요 지점을 상시 순찰하고 있다. 거의 매일 전국에서 테러 대응 훈련도 실시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전날 상하이(上海)에서 11개국 정상들을 모아 놓고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안보 협력체를 제안한 직후 중국 안방에서 테러가 발생한 점도 주목된다. 시 주석은 제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에서 사실상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 중심의 안보협력기구 창설을 주창했다. 그 바로 뒤 130여 사상자를 낳은 테러가 발생했으니 시 주석의 체면이 구겨질 만하다. 지난달 시 주석 신장자치구 방문 때 우루무치역 테러가 발생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시 주석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수민족 탄압이 더 큰 테러 불러

시 주석은 지난 3월 쿤밍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 이후 10여 차례나 반(反)테러 투쟁을 강조하며 “테러분자들의 날뛰는 기세를 꺾고 이들을 궤멸시켜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그러나 돌아온 건 더 큰 테러 피해였다.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 정책이 오히려 더 큰 반발만 부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테러는 6개 지역 인민법원이 테러 혐의로 체포한 39명에 대해 모두 유기징역을 선고하고 테러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기자회견까지 연 다음 날 벌어졌다. 테러 단체를 조직하거나 테러 조직에 참가, 민족 증오와 민족 차별을 부추기고 불법적으로 총기류를 제작한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는 최고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 3월부터 대테러 특별작전에 돌입한 신장자치구에서 붙잡은 테러 혐의자만 232명에 달한다.

우루무치의 잇따른 테러는 한족의 소수민족 탄압 및 강경 대응책에 대한 위구르인들의 불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루무치는 원래 위구르인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이주해 온 한족이 80%를 차지한다. 사회 진출 기회의 불평등 등 차별에다 자기 터전에서 소수민족이 된 위구르인의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날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번 사건을 규탄하며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테러리즘을 용인하는 정부는 없다”(장밍 런민대 교수)는 짧은 한 마디가 향후 중국 정부가 신장자치구에서 펼쳐 보일 대표적인 정책 구호가 될지도 모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