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F코드 대신
상세불명의 상담 Z코드로
올해까지 건보 청구 지시
세월호 침몰 참사 피해자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 할 때 정신질환을 의미하는 ‘F코드’ 기록이 남지 않는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을 일부 해소해, 피해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도록 한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의료기관에 ‘세월호 사고 관련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관련 상병코드 표기 방법’ 공문을 발송, “세월호 피해 관련 부상자와 가족 등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경우 올해 12월31일까지 상병코드를 F코드(정신질환 치료) 대신 Z코드(상세불명의 상담)로 기재하라”고 지시했다고 22일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를 받는 세월호 피해자는 초진, 재진, 약물 처방 유무와 상관없이 F코드 대신 Z코드로 건강보험이 청구된다. 대상자는 세월호 승객과 배우자, 부모, 자녀, 조부모, 형제, 자매 등 가족, 의료진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안산 단원고 재학생과 교직원이다.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정신과 진료 사실로 인해 아이들이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 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의 문의가 있었다”며 “이런 걱정으로 피해자들의 심리ㆍ정신적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을 막고자 마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각종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의 15.3%만 전문가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미국 39.2%(2010년), 호주 34.9%(2009년)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도 발병하고 첫 치료를 받을 때까지 84주나 걸린다.
하규섭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국립서울병원장)은 “최근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설명회에서도 보험가입 같은 정신과 진료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지부의 이 같은 조치가 한시적인 만큼 정신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라며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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