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식 아리랑응원단장 항공료 등 경비 전액 부담
"형편 어려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 경험하고 봉사정신 갖는 기회 되길"
“세월호 참사로 충격과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을 위해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어줄 것입니다. 저 역시 평소보다 더 힘찬 응원으로 선수들 뒤에서 뛰겠습니다.”
국가대표팀 축구경기 때마다 관중석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펼쳐온‘아리랑 응원단’박용식(51)단장이 내달 열리는 월드컵 경기 응원을 위해 자신이 지원하는 보육원생과 함께 브라질로 떠난다.
박씨는 2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25년 전부터 후원을 해오고 있는 보육원 원생 1명을 선발해 내달 23일 월드컵 응원을 위해 함께 브라질로 떠날 계획”이라며“ 항공료와 체재비를 포함 700만원대의 비용 부담이 크긴 하지만 꿈 많은 어린아이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박씨는 이미 유명인사다. 국가대표팀 축구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얼굴에 태극문양을 하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그의 모습은 TV 중계방송 화면에서 빠지지 않고 단골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박씨가 본격적으로 경기장을 찾아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20여 전부터다. 1994년 미국월드컵 예선전부터 국가대표 A매치가 열리는 곳이면 홈, 원정 경기를 가리지 않고 따라가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쳐왔다. 올림픽축구 예선전과 본선에도 어김없이 찾아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축구가 좋아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을 느꼈어요. 축구는 선수뿐 아니라 관중도 경기장 안에서 희열과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어 그 매력은 정말 엄청납니다. ”
대전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박씨는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과 함께 불우한 청소년들을 돕는데도 열정적이다. 소년소녀 가장과 보육원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매달 보육원생 50여명을 초청해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또 기회가 되는대로 보육원생들을 축구경기장에 데려가 함께 응원전도 펼치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에는 1,000여만원의 사비를 털어 보육원생 2명을 현지에 보내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당초 제가 보육원생 1명을 데리고 갈 계획이었는데 이야기 전달과정에서 보육원생 2명이 선발됐고, 누구를 제외할 수 없어 대신 제가 가는 것을 포기했어요. 국가대표팀 경기에 직접 응원을 가지 못한 것이 남아공 월드컵이 유일합니다. (웃음)”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예선 3경기가 열리지만, 벨기에와의 세 번째 경기에만 응원전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는 “첫 경기부터 응원을 하면 좋겠지만 비용문제가 걸려 그렇게 결정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하고 더 좋은 성적을 내면 체류기간을 연장해 대표팀과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축구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봉사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싶다”며“형편이 된다면 다음 월드컵에도 보육원생들과 함께 응원을 위해 동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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