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로 추정됐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압수수색했으나 허탕을 쳤다. 유 전 회장이 이미 금수원을 빠져 나간 사실을 알고서도 들어갔다는 점에서 실패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얼마 전까지 머문 만큼 추적할 단서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성과를 기대한 게 아닌 보여주기 차원의 작전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이마저 “오대양 사건과 구원파는 무관하다”는 점을 검찰이 확인해 달라는 구원파의 요청을 받아들이고서야 가능했던 일이다.
검찰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해 법정최고형을 받도록 하겠다”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이틀 뒤에는 인근 별장에 숨어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긴 했지만 신병 확보에는 결국 실패했다. 말만 앞세웠지 정보력과 수사력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제야 전국에 검거 인력 총동원령을 내리고 현상금과 1계급 특진을 내걸었으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유 전 회장의 자진 출석을 확신하면서 신병 확보 문제에 안일하게 대응했다. “소환 통보를 하면 응하지 않겠느냐”는 잘못된 판단으로 도주할 시간만 벌어주었다. 핵심 피의자의 경우 사전에 소재지 파악과 신병 확보 방안을 세워야 하는 특수수사의 기본조차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수사 과정도 신중하지 못했다. 초반부터 유 전 회장의 잘못을 집중 부각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돼 도주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불렀다. 유 전 회장의 비리를 찾아내고 처벌하려는 게 목표였다면 보다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했다. 유 전 회장 부자를 검거하지 못해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검찰의 허술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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