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 될 것인가? 주택매매는 활기를 못 찾고, 전세난은 여전히 서민의 살 곳을 못 찾게 하고 있다. 주택매매 시장 침체는 내수와 고용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킨다. 전세 공급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은 주거 불안을 초래하고, 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지난해 4월 1일 이후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돼 오고 있지만, 부동산은 여전히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맞춤형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시기별’ 맞춤 정책이 요구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대가 당면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 부동산 시장 과열기엔 버블을 축소하고,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규제들이 마련되었다. 예를 들어, 2002년 8월 처음 도입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부동산 경기 과열로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금융부실 위험성이 커지자 LTV 60%가 넘는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과열기에 마련된 규제들은 지금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수요가 부족한 것이고, 수요가 부족한 이유는 향후 부동산 경기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향후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선 어울리지 않는 규제들이 완화돼야 하겠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우려가 있는 투기지역을 지정하여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 필요하다. 건설 인허가 및 행정절차도 대폭 간소화해 시장 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둘째, ‘지역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 비수도권 지역에는 미분양 주택이 해소되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비수도권 지역은 주택매매 거래량과 주택매매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수도권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수도권 지역에는 1ㆍ2인 가구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중대형 주택들이 공급돼 왔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일치될 수 없다. 게다가 전세난에 따라 전세가격이 치솟아 서민들의 주거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를 활용하여 전세물량을 확보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겠다. ‘미분양주택 매입 임대사업’, ‘토지 소유자의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수요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한 보고서를 통해 ‘집 살 여력 있는 가구’를 추계하였다. ‘집 살 여력이 있는 가구’란 보유 중인 금융자산과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적정대출로 실거래가격의 주택을 살 수 있는 가구를 뜻한다. 집 살 여력이 있는 가구는 약 569만 가구로 총가구의 31.3%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무주택가구는 143.9만 가구, 유주택가구는 424.8만 가구로 추계된다. 집 살 여력이 있는 가구 중 55.8%는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부동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주택매매시장으로 견인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집 살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지원을 강화하고, 집 살 여력이 있는 유주택자에 대해선 임대소득 목적의 주택 구입 장려, 상속증여 목적의 신규ㆍ미분양주택 구입 시 세 부담 경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맞춤화된 제품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외면받기 때문이다. 정부도 맞춤화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 효율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 시기에 맞는, 지역에 맞는, 수요에 맞는 맞춤형 부동산 정책들이 제시될 때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서민 주거 안정이 정상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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