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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총리 후보자 무난하지만 탕평 갈증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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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총리 후보자 무난하지만 탕평 갈증 남겼다

입력
2014.05.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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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어제 내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게 국무총리를 맡긴 것은 수십 년 적폐를 일소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현재 요구되는 총리의 책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자 자리매김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혼선, 비리와 유착, 국민의 신뢰 상실은 ‘국가적 위기’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정부나 국가가 왜 필요하냐”는 분노가 제기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안 후보자가 문제의 본질과 해법을 ‘적폐 일소’로 진단한 것은 일단 기대를 갖게 한다.

그가 검사 시절부터 강단과 소신 있는 인물로 평가돼 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을 철저히 수사했고, 나라종금 사건 수사에서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한 바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는 국가 시스템을 개조하자면,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이런 뚝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로 이어지는 전형적 엘리트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한계라는 지적이 있다. 정홍원 전 총리나 김기춘 비서실장 등 박근혜 대통령을 보필하는 핵심 인사들 대부분이 상명하복의 문화에 익숙해 있는 고시 출신 엘리트여서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는 수동적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잦았다.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하고 국정 운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내고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안 후보자 역시 그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안 후보 개인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가 김기춘 비서실장과 같은 경남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국가의 주요 자리에 영남 출신과 검사 출신들이 계속 중용되는 것은 민심 수습이나 화합의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어제 전격 경질한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후임을 인선할 때 이런 점들이 보완됐으면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도 다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은 정 전 총리보다 김 실장의 역할이 더 컸다고 본다. 따라서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마당에 잘못된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인식된 김 실장을 유임시키는 것은 쇄신 의지를 의심스럽게 한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도 순차적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하니, 그때 이런 지적을 충분히 살린 보완 인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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