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승객 태우고 적발되면 운전자-버스회사 모두 처벌
150여대 증차 필요한데 시간 촉박하고 요금 인상 우려
서울시는 혼잡 이유 증차 반대… 정부 "최적 대안 찾는 중"
올 7월부터 시내버스가 입석 승객을 태운 채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면 운전자는 물론 버스운송사업자까지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수도권과 서울 도심을 오가는 광역버스 통근자들은 ‘출근 전쟁’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역버스 노선 중에는 출근시간 때 입석 승객 숫자가 좌석 승객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아 한달 남짓 만에 증차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광역버스 증차를 놓고 서울시ㆍ경기도ㆍ인천시 간에 입장 차가 커 합의도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입석 승객을 태우면 운전자는 물론 버스운송사업자까지 처벌하는 규제강화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23일 입법예고한다. 개정안은 운전자가 입석 상태로 승객을 태운 채 고속도로를 운행하면 운송사업자는 사업 일부 정지(10~30일), 또는 과징금 60만원의 벌칙이 내려진다. 또 운전자는 과태료(10만원) 부과나 버스운전자격 취소(1년간 4번 이상 과태료 받을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이 대책의 대상은 사실상 광역버스다. 국토부에 따르면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광역버스, 일반형 시내버스 등 3종류. 이 중 광역급행버스는 좌석제이고, 일반형 시내버스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광역버스도 도로교통법 상 입석은 불법이지만 출근 시간 이용객이 많아 관행적으로 용인돼 왔다.
현재 출근 시간대 광역버스의 입석률(좌석 수 대비 좌석 승객을 초과하는 입석 승객 비율)은 통상 20~50% 다. 하지만 인천 송도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9201번은 152%에 달하는 등 콩나물 버스 운행노선이 적지 않다. 현재 경기도는 하루 30여만명이 110여개 노선에서 1,300여대의 광역버스를 이용 중이며 1만2,000명이 입석 승객이다. 인천시는 19개 노선 246대에서 5만5,600명이 광역버스를 이용하며 2,000명이 입석이다.
입석승객을 없애기 위해 출근 시간 대 증차가 필요한 광역버스는 경기도 110대, 인천이 40여대 정도다.
7월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사흘 째 릴레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ㆍ인천시는 증차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가 달라 협상 진전이 더디다.
서울시는 광역버스 150여대 증차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광역버스가 늘면 서울 도심의 혼잡이 더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구 한남동 삼일로 구간은 시내버스 운행속도(시속 10㎞)가 승용차(시속 26㎞)보다 낮은데, 이 구간은 경기도 광역버스 비중이 전체 버스의 90%에 육박한다”며 “서울 도심 여건상 증차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증차를 요구하는 경기도와 인천시도 운송사업자들의 버스 구입 부담에 따른 요금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양 시도 관계자는 “운송사업자들이 대당 1억~1억5,000만원인 버스를 구입하면 경영수지가 악화할 우려가 있어 좌석제에 걸맞은 요금인상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업계는 7월 말 시행은 너무 촉박하다며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울, 경기, 인천시 3자가 협의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찾고 있다”며 “7월 초쯤 증차 대책을 확정 짓고 그때까지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입석 금지 규제 시행 시기 연기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