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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두 번 울리는 정부 긴급생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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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두 번 울리는 정부 긴급생계비

입력
2014.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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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리본모양의 그림과 '미안해요 잊지 않을게요'란 문구가 적혀 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입구 계단 앞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리본모양의 그림과 '미안해요 잊지 않을게요'란 문구가 적혀 있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입구 계단 앞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현실성 없다" 유가족들 반발

저소득층 자격 그대로 적용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탓

정부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긴급생계비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3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경우’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자격기준을 설정해 반발을 사고 있다. 빡빡한 자격기준 때문에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가족이 드물어 지난 16일 피해가족들과의 면담에서 “세밀하게 의논해 생활안정을 돕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안산시청은 최근 유가족들에게 ‘긴급복지지원제도(긴급생계비) 연장 지원 안내’ 공문을 보내며 소득ㆍ재산ㆍ금융 등 세 가지 자격 기준을 안내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유가족 전원에게 한차례 생계지원비(108만원ㆍ4인가구 기준)를 지급했다. 이번 연장 지원은 긴급생계비를 받은 유가족 중 생계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 6,7월 2개월분의 생계비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한 자격기준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월 소득 244만원(4인가구 기준) 이하, 부동산 포함 재산 8,500만원 이하, 금융자산 300만원 이하’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생계비를 받을 수 있다. 안산시청은 “실거래가격이 아닌 공지시가로 재산 가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유가족 대다수가 해당된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유가족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 고잔1동의 경우 자녀를 둔 가족이 사는 중소형(전용면적 59~63㎡) 연립주택의 매매가격은 8,000만~9,600만원이다.

다른 기준들도 마찬가지로 논란거리다. 유가족 김모(44)씨는 “맞벌이만 해도 한달에 240만원은 넘게 벌고, 은행에 예금 300만원도 없는 가정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긴급생계비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유가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박모(51)씨는 “한 달 넘게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데, 단지 열심히 일해 마련한 집(1억원 이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맞나 싶다. 자식 잃은 것도 억울한데 집까지 팔아 생계비를 마련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 같은 기준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안산시청에 지급한 저소득층 대상 긴급복지지원제도 예산(11억5,000만원)으로 유가족들을 지원하면서, 자격기준을 기존 저소득층 지원 자격에 맞춰 적용한 것이다. 유가족 238가구 중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ㆍ차상위계층은 40여가구 정도다. 안산시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와 자격제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면서도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2개월 연장하는 것 외에 장기적인 생계지원대책은 별도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 유가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한데 정부는 여전히 안이한 대처로 일관해 유가족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산=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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