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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으로 여겼는데…" 해경 가족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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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으로 여겼는데…" 해경 가족들 속앓이

입력
2014.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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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했던 남편 어떡하죠?"

아내들 말 못하고 가슴쳐

"세월호 이준석 선장처럼

청장이 1만 해경 죽여"

일선 해경들은 지휘부 비판

외부에선 불법조업 단속 등

해양경비 우려 목소리도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었던 남편을 원망했었어요. 그런데 남편의 전부였던 해양경찰이 없어진답니다. 미안해서 어떡하죠?” 한 해경 직원의 아내 A(35)씨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를 발표한 이후 지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글을 올렸다. A씨의 남편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16일부터 사고 해역에서 응급구조사로 근무 중이다.

A씨는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어떤 상황에서도 현장으로 달려갔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렸다. 2012년 12월 진통이 와 병원으로 가는 길에 출동 명령을 받은 남편은 어린아이 둘과 만삭인 자신을 삭풍이 부는 해경 전용 부둣가에 덩그러니 남겨놓고 사고자를 구하러 바다로 나갔다.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A씨는 “‘이렇게 하는 걸 누가 알아주나’라는 생각에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남편은 한 달 넘게 집을 비우고 있다. 여섯 살 첫째, 15개월 된 셋째가 폐렴과 기관지염으로 40도 넘는 고열에 시달릴 때도 남편은 오지 못했다. 임신한 몸으로 네 살 난 둘째 아이까지 세 아이를 데리고 병원 생활을 했지만 남편에겐 “아이들 잘 구조하라”며 괜찮다고만 했다.

A씨는 남편의 직장이 없어진다는 발표를 듣고 뒤돌아 가슴을 쳤다.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 계속 눈물로 보내고 있다. 남편 마음은 오죽하겠나. 금방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리 아이들의 우상이며 가장인 남편의 제2의 이름, 해경을 빼앗으려 한다”면서 “남편뿐만 아니라 해경을 천직으로 알고 성실하게 일해온 수많은 해경들이 허탈해할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귀농해서 살면 되니 걱정 말라”는 위로에도 남편은 “바닷가에서 살자”며 바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고 A씨는 전했다.

한편 일선 해경들은 지휘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해경 간부는 “경무관급 이상 전원 사퇴하고 조직을 살려달라고 읍소해도 모자랄 판에 지휘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간부는 “참사 수습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휘부의 무능력함에 직원들까지 넋을 놓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해경 내부 게시판에는 실명으로 “이준석 선장은 승객 수백명을 숨지게 했고, 김석균 청장은 1만 해경을 죽였다”는 등 지휘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해경은 “선후배들이 목숨을 걸고 일했던 61년 된 조직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는 것은 부모를 하늘로 보내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 적었다.

해경 밖에서는 해양 경비 공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윤종휘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경 업무가 다른 조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법조업 단속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높다”면서 “해경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조직 전환기에도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도=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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