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쪽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못하는 순간을 종종 경험한다. 그때의 그 편집된 의식이란 꽤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쪽에 홀딱 정신이 팔려 다른 한쪽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몹시 중요한 물건을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순간부터 그의 정신은 온통 잃어버린 물건에 집중된다. 주위에 누가 있는지, 지하철이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그는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호주머니와 가방을 뒤지는 것에 급급할 뿐이다. 그에겐 잃어버린 물건 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재하는 것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망각하는 아이러니. 어제 오후 춘천에 가기 위해 용산역 iTX 플랫폼에서 허기를 잠깐 속이려고 꼬치어묵을 먹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어묵 그릴 앞에는 나 외에도 서너 명의 어른들이 꼬치어묵을 집어 먹고 있었는데, 나는 통화에 집중하기 위해 시끄럽지 않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통화는 계속 됐고 나는 별 생각없이 마침 플랫폼에 들어오는 iTX 열차에 올라탔다. 전화통화는 2분쯤 더 이어지다가 종료됐다. 내가 꼬치어묵 두 개 값(1200원)을 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건 두세 정거장이 지난 후였다. 아무렇지 않게 어묵 값을 내지도 않고 조용한 쪽으로 가다가 열차에 타게 된 이 편집된 의식, 지금 생각하면 참 흥미로우면서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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