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등 공영방송이 위기에 몰렸다. 세월호 참사 보도 논란과 청와대 개입설, 일부 간부들의 부적절 발언이 겹치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바탕에 정권 입맛에 맞추려는 경영진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재영 충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놓고 볼 때 공영방송은 지금 원초적으로 존립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력의 개입
최근의 청와대 개입설 논란은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의 폭로가 계기가 됐다. 김 전 국장은 9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KBS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16일에는 기자총회에서 청와대와 길 사장이 보도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청와대가 해양경찰에 대한 비판을 자지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며 자신의 사퇴 과정에도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21일에는 정홍원 총리가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정확한 보도를 하고 잠수사들의 사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KBS에)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 요청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발언해 공영방송 개입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2010년 3월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당시 김재철 MBC 사장 선임과 관련해 “임명권자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청와대의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라고 말해 MBC 사장 선임 과정의 청와대 개입설을 불렀다. 김 이사장은 당시 “MBC 인사는 큰 집(청와대)이 김 사장을 불러다 ‘쪼인트’도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판의 실종
KBS, MBC 등은 최근 비판적 보도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KBS는 길 사장 체제하인 지난해 9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다뤘던 ‘추적60분’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류했다가 뒤늦게 방송했으며 메인 뉴스인 ‘뉴스9’는 종합편성인 TV조선이 제기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을 그대로 내보내 논란을 일으켰다. 10월에는 뉴라이트 교과서를 비판한 패널을 문제 삼는 바람에 시사교양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의 첫 방송조차 순탄치 않았다. 이런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KBS 노조는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축소, 폐지함으로써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권 견제 및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PD수첩’의 내용을 검열하고 ‘후 플러스’, ‘W’ 등 각종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해 언론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제 사람 심기와 징계
이명박 정부 시절 출범한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는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170일이라는 사상 최장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 끝에 김 사장이 퇴진했지만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김 전 사장의 최측근이었던 안광한 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택했다. 안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권재홍씨를 부사장으로, 이진숙씨를 보도본부장으로 각각 인사 발령했다. 권씨는 김재철 사장 시절 보도본부장을 지냈고 이씨는 기획홍보본부장을 지내며 김재철 체제를 지탱했다. 이를 두고 “도로 김재철 체제”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진숙 보도본부장은 최근까지도 경력기자 채용 의사를 수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MBC 기자들은 “사측이 (김재철 사장 당시)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을 비보도 분야로 많이 배치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력기자를 채용하면 결국 보복인사와 업무배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재철 사장이 재임한 3년여 동안 MBC에서는 10명이 해고되고 200여명이 징계를 받았다. MBC는 올해 2월 안광한 사장이 취임한 뒤에도 징계를 내렸다. 특히 2008년 광우병 문제를 다룬 ‘PD수첩’의 조능희 PD 등을 2011년 징계하고도 올해 4월 또다시 징계해 이중징계 논란을 불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며 자신의 입맛에 맡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힌 결과”라고 분석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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