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국경분쟁 이후
최고의 화해 분위기 형성
北 100억弗 빚 탕감 등
러도 극동 패권 호시탐탐
당분간 '적과의 동침'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상하이를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이 지난해 3월 집권 후 미국이 아닌 러시아를 첫 방문국으로 택한 뒤 정상회담을 포함해 벌써 여섯 번째 만남이다.
2012년 시작해 3년째를 맞은 동중국해 중러합동군사훈련의 양상도 올해 크게 바뀌었다. 과거 두 차례 군사훈련은 양국간 군사훈련이라기보다는 상하이협력기구 틀 속에서 진행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날 시작된 올해 군사훈련은 해상훈련 장소를 중일간 영토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으로 정했고 사실상 양국간 군사훈련으로 한정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미국과 일본의 안보동맹에 대응하려는 모양새고, 러시아는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해 동아시아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이다. 1969년 우수리강 다만스키섬을 둘러싸고 국경분쟁까지 겪은 두 나라의 당시 분위기와 현재 분위기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중국 건국(1949년) 이후 러시아와 최고의 밀월관계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많은 부분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점에서 양국의 밀월관계는 분명 한계점을 가진다. 러시아는 군사안보 측면에서 미국을 견제하는데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적 성장을 반길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두 나라가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 처지에서 중국의 군사력 성장이 마냥 좋을 리 만무하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에 최근 러시아가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도 심상찮다. 러시아는 최근 옛소련 시절 북한에 빌려준 110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 가량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소련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러시아가 극동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북한에 영향력을 확대하면 중국과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900억 달러에 이른 중러 양국의 교역량은 2015년 1,000억 달러를 목표로 사상 최고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양국의 교역량 확대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말하는 밀월관계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러나 양국간 교역 내용을 자세히 보면 값싼 소비재를 수출하고 대신 에너지 자원을 헐값에 수입하는 중국에 이득이 되는 구조다. 시베리아 지역에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절실히 원하는 러시아의 바람을 중국은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비대칭적인 교역관계로 중국에 점차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는 황화론(黃禍論)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황색인종(중국인)이 자신들의 문명 발전에 처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에는 위협적인 존재로 바뀌어 화를 입힐 것이라는 황화론은 이 같은 경제관계가 계속될 경우 러시아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양국의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기보다 편의에 의한 협력관계로 보는 편이 더 옳다.
양국의 관계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이다. 현재 중러 모두 미국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고 앞으로도 일정 기간 좋아질 변수가 없다. 미중 관계는 미일동맹에 중국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며 삐걱거리고 있다. 미러 관계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러시아의 도발을 미국이 제재하는 상황이다. 미중 관계나 미러 관계 가운데 한쪽이 먼저 회복 되면 중러 사이에도 잠재적 갈등요소가 불거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25일로 다가온 우크라이나 대선 등 향후 국제사회 흐름을 볼 때 미중, 미러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ㆍ러시아학
정리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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